Voice/★★★★★

[CD] 負け犬の食卓, 負け犬のなんでも屋

띵.. 2004. 10. 21. 00:04
출연>>
모리쿠보 쇼타로, 세키 토시히코, 이와타 미츠오, 카츠키 마사코, 이케다 슈이치

ciel님의 블로그에서 감상글을 읽고 듣게 된 시디입니다. ..
멋진 시디 소개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덧붙여 K님께도 감사를)

아버지처럼 맛있는 이탈리안 요리를 만들고 싶었던 아츠시, 잘 나가던 고교야구선수 였지만 결승에서 파울을 침과 동시에 추락한 토라지로, 피아니스트가 되려다 실패하고 작곡가의 길을 걷다가 재능의 한계를 깨닫고 접어버린 나카가와. 이 세 패배자의 이야기를 다룬 시디입니다.

총 4장짜리에 플레이 타임이 3시간 30여분... 참 긴 시디임에도 길다고 느끼지 못할 만큼 잘짜여진 멋진 시디였어요. 성우분들의 연기도 너무나 능청스럽고 귀여워서 듣는 내내 귀를 쫑긋하며 하나도 놓치지 않겠어!! 라고 결의하게 되더군요. 깜찍한 모리쿠보상, 쿨하고 싸늘하면서 동시에 한없이 망가지는 세키상, 껄렁껄렁 이와타상, 완벽한 여왕님(실제로도 오*** 마*이란 애니에서 전 여왕폐하시죠 ^^ )의 카츠키상, 능청스러운 이케다상. 성우팬으로서 정말 귀가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렇지만 "나"라는 사람으로선 이 시디가 마냥 행복하고 먀냥 웃기기만 하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 시디는 내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했느냐고 물으면 조금 찔립니다만, 최선을 다하진 않았어도, 죽도록 힘써본 적도 없지만, 저 역시 하고 싶었던 일, 해야만 한다고 믿었던 일, 나한테는 재능까지는 아니어도 남들보다 조금 낫지 않을까 했던 일을 포기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같이 먹고 사는 일조차 힘겨운 세상에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 얼마나 있겠어요? 아니, 오히려 하고 싶은 일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소수이겠죠. 커다란 성공을 바란 적은 없지만 이것만은 할 수 있길 했던 소망이 무너진다는 건 지금도 제겐 큰 상처입니다. 이 시디는, 제 그런 상처를 마구 후벼파주더군요.

당신밖에 할 수 없는 일이란건 확실히 없어
사실은 그런 사람 쪽이 압도적으로 많은 거야
일도 연애도 대신할 수 없는 건 거의 없어
당신이 하지않으면 대신 다른 누군가가 곡을 써
여기서 당신이 없어지면 이 아이들은 다른 곳에서 다른 누군가와 일을 할꺼야
연인과 헤어지면 그녀는 다른 남자와 사귀겠지
그래서 어쨋다는 거야?
모두 당신을 위해 태어난 게 아니고
당신 역시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만 태어난게 아니야
그래도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거라구



(해석한 어투의 어색함은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 )
이야~ 이 대사는 정진정명 여왕님이신 카오루 누님의 대사입니다. 이 대사를 듣고 세 명의 패배자는 꽥 소리도 못하게 됩니다. 정말 누군가 "넌 할 수 있어!" 라던가 "널 믿고 있어!"라고 거짓말이라도 해주길 바랄 때에 저렇게 숨통을 조이다니. 정말 멋진 누님이세요( ㅡ.ㅡ b). 나카가와상이 정말로 진절머리 난다는 듯 부들부들 떠시는 것이 이해가 갑니다. 한편으론 저렇게 쓴 소리를 뱉어주고 현실을 보여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구요.
ciel님이 감상글에 그레이 코메디라고 쓰셨는데 그 말이 무엇인지 듣고 나니 확실히 알것 같아요. 웃고 즐기면서도 뒷맛이 씁쓸하달까. 쓴 웃음을 짓게 된달까. 하긴, 카오루누님의 말씀처럼, 자신을 대신할 것이 얼마든지 있는 우리 보통사람들에겐 들으면서 웃기만 하기엔 무겁고 매서운 시디임은 분명합니다.
이 시디는 누구나 한번쯤, 하다못해 사춘기때라도 생각해봤을, "이 세상 내가 없어도... " 비슷한 걸 가벼운 코미디로 포장해 놨어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뭐 나카가와상의 사연은 조금 독특하긴 해도- 세 명의 패배자를 중심으로 주변에서 절대로 볼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 카오루 누님과 타카하시 료이치를 절묘하게 배합해서 말이죠. 이 두사람 덕분에 약간은 쓸쓸한 맛을 풍기던 첫번째 시디에 비해 두번째 시디는 완벽한 개그시디가 되었달까요? ^^

그렇다고 이 시디를 듣고 난 지금, 제 자신이 우울해져서 푹 꺼져 있느냐?? 그럴리 없죠. 이 시디를 듣고 나면, 그런 제 자신의 평범함까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져요. 게으르고 재주없고, 욕심은 많고, 갖잖은 자존심으로 자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제 자신을 진심으로 보듬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하핫 ^^;;; 시디 감상치곤 참 요란하군요. 하지만, 그래요. 자신감도 없고, 노력할 용기도 없어서 푹푹 쳐져 있던 제게 이 시디는 극약처방? 독에 독을 부어 중화시킨 셈쯤 된 것 같습니다.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어울리던 세 사람은 나름대로 희망적이면서도 또 현실적인 결론을 찾게 됩니다. 이 부분은 정말 시디로 들어주셨으면 좋겠군요. 말주변도 없는 제가 덧붙여서 시디를 듣고 싶은 생각을 사라지게 하면 곤란하니까요.

그렇지만 여기 시디를 들으며 훌쩍이던 또 한사람의 패배자인 저는 어떤 길을 선택하면 좋을까요? 훗, 왕자님을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디의 타카하시상처럼 망가진 색남이라면 꽤 괜찮을 것 같긴 합니다. 필시 나카가와상처럼 그의 어처구니 없는 페이스에 말려서 생각할 여유조차 잊어버리게 될테니까요 >.<
(그런 관계로 어디 주변에 이케다상의 목소리를 가지고 할 줄 아는 건 거의 없으면서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신의 망상으로 세상을 뒤흔드는 망가진 색남, 발견하시면 연락주시길)

듣고 있으면 씁쓸하면서도 행복을 줄 이 시디! 꼭 들어보시길 강력히 주장합니다. (저렇게 망가진 이케다상을 듣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

...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 감상글을 읽곤 도저히 시디를 듣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것 같아서 ciel님의 제.대.로.된 감상글을 링크 걸었습니다. 꼭 한번 봐주시고 혹 해서 시디까지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ciel님의 감상글

(+) 성우를 빼고 캐릭터만으로 따진다면 전 아츠시가 가장 맘에 듭니다. 닮고 싶었고 되고 싶었던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도 최선을 다해 가게를 지킨 모습도, 마지막에 혼자 남겨진 듯 해서 우는 그의 애처로움도 모두다 사랑스럽고 귀여웠거든요. 세 사람의 패배자 중에서 가장 슬프게 느껴졌던 것도 그였지만, 그래도 전 그를 가장 닮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