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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설] 청의 궤적 시리즈 中

띵.. 2005. 8. 13. 19:56
저자 쿠노 치아키,
일러스트 오키 마미야(캬악캬악),
출판 성경
(조잡한 인쇄상태와 번역상태, 역자 성명도 없는 것으로 보아
해적판이 분명하다 ㅠ.ㅜ)
평점 ★★★★
(이미지 출처는 Yes24, 표지는 가장 맘에 드는 ^^;; (적어도 제가 읽은 것 중) 크리스탈 크라운 (하)에서)

사놓고 왠지 읽히지 않아 묵히고 묵히고 묵혔다 이제사 읽은 책입니다. 너무나 읽고 싶은 나머지 해적판이란 걸 알면서도 물어왔죠.
처음 알게 된 건, 우선 오키 마미야상의 일러스트. 그림이 너무 예뻐서 푹 빠졌고. 쿠노상의 팬이셨던 d님의 도움으로 약간 맛보기를 한 후, "이거 정말 재밌겠는걸?" 하고 궁금해 했던 책입니다.

현재 읽은 부분은 시리즈 3권에 해당하는 "크리스탈 크라운"까지. 드라마 시디는 6권에 해당하나요? "팬텀 페인"까지 나왔더군요. 책은 솔직히 어디까지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Y서점에서 언제부턴가 취급금지품목이 되어선... 이거보다 더 야하고 엉망인 책도 잔뜩 들어오던데 왜 이것만 걸린건지. 지난번에 몇몇 분들로부터 전해만들은 무작위 검색에 걸린 걸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데, 쿠노상, 심리묘사가 꽤 좋아요. 특히 카이의 심리묘사쪽은 말이죠. .. 솔직히 저도 산시로과라서인지. 카이의 독백이나 망상(;;;) 파트를 읽고 있다보면 "이 녀석, 참 쓸데없는거 생각하네" , 라던가 "아아아악, 머리아팟!" 하고 맙니다. 도대체 이 사람의 머릿속과 가슴속은 어떻게 되어있는건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에요. 뒷권이 소식이 없으니... 어느 천년에 일본어를 마스터 해서 휙휙 읽어 넘길 수 있을지.
또하나 쿠노상에 대해 맘에 드는 건 건조한 느낌의 문체랄까. 이거야 번역체니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만, 심리묘사가 탁월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냥, 혼잣말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지. "말해줄께~"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말해본다"라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볼테면 보고 말테면 말아라"란 느낌. ^^;;; 설마 이럴리야 없겠지만, 무언가 휙 하고 던져준다는 기분이 들어서 아주 좋아요.
왜 이런 얘길 했냐하면, 요즘 작가분들의 문장력 등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중이거든요. 교코쿠상의 작품이 그에 박차를 가하긴 했습니다만, "달과 말리화"를 다시 읽으면서 느낀 건데요. 전에는 "달아!! 달아!! "이러면서 내동댕이쳤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아, 정말 책 잘썼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더라구요. 같은 BL이라곤 해도, 어휘라던가 표현법이 틀리달까.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힘이 굉장하더라구요. 에잇! 쓰레기 같은 BL~ 이란 생각, 안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분들을 보면 "작가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란 생각을 조금 해보게 됩니다. (* 또 모르죠. 제가 그렇게 치를 떨고 있는 난모 여사도 드라마 시디로 들으니까 그렇게 초단순 무뇌시디로 변모된건지도. 글로 전달된 것을 소리로 바꾸면 작가의 문장이 모두 날아가 버리잖아요 ->라고 생각만 할 뿐 실제로도 기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 )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 겉과 속이 다르고, 심사가 뒤틀리고, 자신의 증오하다 못해 존재를 말살시키고 싶어하는 주인공들이야 어느 책에도 흔히 나오고 있고, 또 요즘 BL(만은 아니지만)들은 주인공에게 어두운 과거가 하나 둘쯤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풍토다 보니, 카이같은 싸가지야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작품들이나 주인공들과는 달리 빠져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거부하는 것도 아닌 적당한 거리가 만들어져요. 마치 카이를 관찰중인 산시로처럼 말이죠. 이렇게 일정한 거리감이 유지될 수 있는 것도 카이의 자기 반추(??)나 산시로의 카이녀석 관찰용 대사들이 자꾸 꼬이고 꼬인 카이의 심리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죠. 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는 녀석이 "자기 동일시" 될 리도 없고. 아직까지는 작품 전개상 "저 녀석이 왜 저렇게 베베꼬였나"를 납득할만한 확실한 이유도 제시되지도 않았으니 빠져들 수도 없고. 외견상으론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묘사되지만 심리상태가 전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라비" 등과 같은 작품에서 "초싸가지 작가" 유키 에이리에게 빠져들었던 것처럼 퐁당! 빠져들 수가 없어요. 덕분에 전 아직까지 "카이 관찰중" 상태입니다. 그리고 뒷권을 읽게 되면 "주인공 카이와 독자인 나"의 거리가 어떻게 변할지 참 궁금하구요.

그리고 약간의 불만사항?
이건 "그레이 존"을 듣고, 다시 이 "청의 궤적"을 읽고 나서 생각한 겁니다만, 쿠노상의 경우는 스토리 전개에 서두가 참 길더군요. 등장인물 소개로 시간을 끄는 법은 없는데, 사건 전개가 아주 천천히 흘러요. 저야 국어 시간에 졸기만 했으니, 소설이니 희곡의 전개과정 분할을 잘 못하겠지만;;; 이런 경우 전개와 위기가 길다고 해야하는건가요? 사건이 발생하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에 끌려다니고. 이러다 갑자기 사건이 급전개를 일으키면서 순식간에 절정, 결말로 치닫는 느낌. "그레이 존"만 해도 2 CD 인데 2번째 장 거의 끝 무렵에 가서야 삼자대면이 이루어지고 사건이 해결되니 뭔가 김빠진단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어요. 전 이걸 연출상에서 스토리나 시간분배를 잘못했나 하고 생각해봤는데, "청의 궤적"을 읽고 나니 이게 쿠노상 스타일인가? 싶어지네요. "보더라인"쪽은 제 상태가 이렇다보니 아직 끝까지 다 못들었지만, 솔직히 2편에서 무슨 사건 하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니 역시 출발은 늦은 편이죠. 그런 점에선 조금 아쉽네요. 물론 대단원이 화려하고 멋져야 좋은 작품이란 건 아니지만, 읽고 있으면 사건의 전개나 상황의 위태로움에 비해 해결이 너무 쉽게 난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요즘 영화나 소설에서 "반전"이 없으면 대단한 작품이 아니라는 식으로 분위기가 형성되더니 작품들이 전체적으로 너무 휙 하고 결말이 난다 싶어서 예전부터 이런 점은 조금 아쉬웠어요.

..... 감상문을 쓸 요량이었는데, 또 스토리 하나 없이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글 하나를 올려버리는 군요.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은 잔뜩인데 역시 표현력과 구성력, 논리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이런 건 많이 쓴다고 느는게 아닌가봐요 ㅠ.ㅜ

리뷰 쓰는거 항상 귀찮아 했었는데, 요즘들어 많이 올리게 된 듯. 드라마 시디쪽은 리뷰를 써봤자 "캬악, xx상 멋져!", "캬악 xx상 최곳!" 외에는 안쓰게 되서 언젠가부터 잘 안 올렸던 것 같긴 하네요.
책 리뷰는 쓰기 귀찮기도 하고. 독서라고 하기보단 해치운단 느낌이 강해서 올리는 것도 싫었고.
역시 이렇게 리뷰를 자꾸 올리는 건... 현실도피의 일환인 걸까요?

(+)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작가 후기!
"그리고 덧붙여서 이 책의 표지는 전세계 최고의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것 중에서 제일 좋아요. 어째서 일까요. 어짜피 묶을 거면 카이는 수갑, 산시로는 사슬이죠"
넵, 작가선생님! 역시 카이는 수갑, 산시로는 사슬 ^^
사슬이나 수갑을 잘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일러스트로서의 오키 마미야상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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