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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BL] 매일 맑음! 시리즈

띵.. 2005. 10. 5. 05:13
저자>> 스가노 아키라
번역>> 하루, 오유경
일러스트>>
나노이먀 에츠미
출판>> 대원씨아이(B愛)
평점>> ★★★★★

..... 이 시간에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싶긴 합니다만, 책을 읽고 감동에 불타올라서 어쩔 수 없었어요. 정말로 막내 커플 이야길 이렇게 써주시면 .... 미워할 수 없게 되잖아요 ^^;;;

처음에는 만화책으로 시작한 탓도 있고, 타이가란 캐릭터가 참 맘에 들어서 이 시리즈에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만화보다 잼없다!! 라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에요. 만화가 워낙에 아기자기 하고 예뻐서 반했거든요. 요즘은 그림체가 더더욱 이뻐져서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만 ^^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건 시리즈 6권 "아이들의 기나긴 밤"을 읽고 너무 감동받아서에요. 저 솔직히 막내커플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마유미는 취향인데 유우타가 취향에서 빗나갔다고나 할까. 제가 본래 이쁘고 귀여운 캐릭터와 기대고 싶은 형님 캐릭터가 있으면 자연히 형님 쪽으로 기우는 스타일이랄까. 타이가가 착! 하고 눈 앞에 있는데, 거기다 타이가의 고충은 몰라주고 슈우는 자꾸 엉뚱한 소리만 해서 아아~ 타이가 불쌍해 하고 있는데, 동생커플들만 진도를 착착 나가니 이뻐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다른 책 다 보고, (오늘 배송온 8권까지 읽어치우고) 겨우 손을 댄게 저 6권입니다만. ..... 6권 정말 좋아요. 제가 스가노 상을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 상기시켜 줬어요. 읽고 나니까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그 좋아하는 타이가가 어찌어찌해서 결실(?)을 맺은 7권도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읽지 않았는데.

이분의 약간은 썰렁한 개그가 좋아요. 핀트에 어긋난 듯 하면서도 분위기를 살려주는 개그가 좋아요. 그렇게 엉뚱하면서도 핀트 안 맞는 개그들로 마치 코믹물인양 위장해 놓고 사람 마음을 후벼파는게 좋아요.
"마케이누" 시리즈에서도, 그 황당한 설정들에 박장대소하면서도 듣는 내내 쓴웃음 지어야 했고, "매일 맑음" 시리즈에선 어처구니없는 오비나타 가의 형제애에 배를 잡고 뒹굴다가도(8권에선 칼을 들고 쫓아온 타이가도 볼 수 있었고 ^^;; ) 각자 상처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슈우, 유우타, 아키노부 들이 땅파기 전문 같습니다만 이들이 땅을 파고 땅을 파고 땅을 파는 과정들이 허무맹랑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사실적이라 자꾸 끌려 들어가요. 거기다가, 언제나 해피엔딩입니다만, 해피엔딩이라고 하긴 쓸쓸한 뒷끝을 남겨둔단 말이죠. 한계를 인정하면서 그 한계에 지지 않으려 발버둥친다고 해야할까요? 이런 점 때문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어요.
그래서 여자 캐릭터들이 허무맹랑 해도-다들 시마라던가, 카오루 누님이라던가, 아키노부 연구실의 여자선배들 같이 절대 있을 수 없는 초강력 캐릭터들만 즐비해도, BL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 씬-전문 용어로 카라미^^;; 가 마치 8, 90년대의 드라마들처럼 둘이 이불위로 누우니 곧 아침이요~ 하는 은근슬쩍 구렁이 담 넘듯 넘긴다해도, 그래도 빠져들 수 밖에 없어요.
처음부터 당연히 주어져야 할 애정을 받지 못한 아스오와 유우타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애정이 넘치는 오비나타 가와 만나서 조금씩 평범한 일상을 배워나가는 과정이, 사고치고 말썽피우던 류우가 너무나 정도만 걸어온 아키노부와 만나 과거를 떨쳐내려 애쓰는 점이나, 개성강한 형제들에 치여 "자신"과 "자신의 행복"마저 잃어버린 아키노부의 마음이 너무 아프고 쓰려서 중간중간에 웃겨~ 하며 굴렀던 일들이 너무 아득하게 느껴지게 되요.
여기에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방황하는 타츠오나 미유키 같은 캐릭터들이 가세하고 너무나 순박하면서도 오비나타 가만큼이나 황당한 류오즈초 주민들까지 나와버리면 그저 굴복하는 수밖에 없어요.

처음 몇 권은 정말 개그다 싶은 책들이지만, 중간의 아이들의 주장에서부터 조금씩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6권까지 오니 이젠 일어설 수 없어요. 그저 스가노 상 만세입니다. 처음엔 슬금슬금 읽었었는데 ^^;;; 시리즈 4권인 "서두르지마"에서부터 발을 뺄 수 없을만큼 깊이 빠져버렸습니다.

Y서점에서 검색을 해보니 책이 11권까지 나와있네요. 9권은 첫째 커플 이야기인 듯 보이고, 10권은 불우한 생선가게 소년 타츠야의 이야기인 듯. 빨리 책이 팍팍 나와주면 좋겠습니다만 ^^;;;

(+) 그런데 예전에 하치 님이 하신 말씀이 맞나보군요.
스가노 상, 후쿠쥰 오라버닐 너무 이뻐라 하시는 거 아니에요? 마유미, 너무 이쁜 캐릭터잖아요!!!!!

(++) 지금도 역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타이가입니다. 성질 급하고, 화 잘내고, 가끔 억지도 쓰고, 잘나지도 대단하지도 않고, 군 식구는 3(에 아스오 가 포함하면 5? )에 동생들 일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잔소리도 무진장 많고, 지저분하고,.... 그렇지만 이런 사람 정말 좋아요. 막중한 책임을 등에 지고서도,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타이가가, 애인의 불안이나 불만을 해소시켜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정면으로 맞서는 성실한 타이가가 좋아요. 이 정도면 확실히 일등 신랑감인데 ^^;;; 어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