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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문] 한번에 끝내는 세계사

띵.. 2020. 9. 9. 17:34

정말 오랜만에 나를 빡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ㅋㅋㅋ 책의 내용을 떠나 여러모로 맘에 들지 않았던 그런 책.... 사실 책만 놓고 보면 이렇게 컴퓨터까지 붙들고 진지하게 붙들만한 사유는 아닌 것 같은데 그만큼 뭔가 나를 비딱하게 긁는?? 그런 곳이 있는 책이었다. 알라딘 리뷰에 별점이 나쁜 글들이 있었는데 좀 열심히 좀 볼 걸. 역사책이라고 하면 덮어놓고 집어 드는 버릇은 좀 줄여야 할 것 같다.

책 취지는 정말 좋았다. 암기하지 않고 세계사의 흐름을 한눈에 알게 해 준다나?

  세계사 혹은 역사라고 하면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암기 중심의 역사 수업과 시험 출제 방식 때문이다. 특히 지역 단위로 먼저 구분한 다음 시계열로 가르치는 수업 방식이 세계사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서 시계열이란 세로축, 즉 시간의 경과에 다라 역사를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역사를 세로축으로 읽는 것, 다시 말해 역사를 시대순으로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지역 단위별로 분류해 파악할 때는 각 지역의 다양한 주제를 가로질러 읽으면서 동시에 시계열로 읽는 것, 즉 "가로로 읽기"와 "세로로 읽기"를 결합해 함께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책 5페이지, 프롤로그에서........)

 머리말은 참 그럴듯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세계사는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책에서는 '지도자, 경제, 종교, 지정학, 군사, 기후, 상품'이라는 7개 테마를 한정해, 각각을 '세계의 역사'라는 하나의 관점에서 시대순으로 읽어 내려가고 있다. 이 방식이라면 각 테마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통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광범위하고 단속적인 역사 수업이 초래하는 피로감에서 해방시켜 줄 것이다. 또한 하나의 테마가 마무리될 때마다 세계사 전반을 훑었다는 성취감과 함께 어느새 세계사에 정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책 6페이지, 프롤로그에서........)

멋진 말이다. 난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수업도 좋아했지만, 솔직히 내게 역사수업을 가르쳐준 것은 엄마가 사준 각종 책들과 드라마였다. 어려서부터 함께 봤던 조선왕조 500년, 용의 눈물, 장녹수 등의 알차고 묵직했던 사극들. 한국사, 세계사의 역사만화 전집, 이야기 책마냥 신선했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그리고 너무나 좋아했던 먼나라 이웃나라. 

그런 책들이 알려준 작은 이야기 이야기들을 작가가 비웃은 시계열로 묶어준 것은 역시나 수업이다. 하나로 떨어지면 그냥 옛날 이야기일 뿐인 것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다름아닌 "시계열"방식의 역사 학습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역사가 재미없는 건 흥미나 즐거움 없이 "시계열"로 배웠기 때문이지 그걸 가로로 같이 묶어주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아니, 장담하건데 역사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 기본 지식 없이 그걸 가로와 세로로 묶으라고 한다면 열에 아홉은 나가떨어질 거라 자신한다. 역사를 싫어하고 재미없어하는 사람들의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대부분의 경우 "옛이야기"로의 역사를 접해보지 않았거나 그런 식의 이야기 자체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역사를 지역별로 나누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왜? 대항해 시대 이전까지 동서양의 역사에 접점이 얼마나 있었나? 물론 소소한 교역은 우리나라 신라시대에도 있었다곤 하더라. 로마시대의 유리 공예품을 신라 귀족이 썼다는 내용도 있으니까. 그 이전에는 훈 족의 대이동이라던가 몽골의 침임, 한참 이전의 알렉산더 대왕 정도 되려나? 접점이 없는 역사를 어떻게 묶어서 가르칠까. 대항해 시대 이후, 그리고 산업혁명을 거쳐 제국시대에 이르게 되면 전 세계가 하나의 역사로 묶이게 되는데.

흥분해서 이야기가 샜는데, 최근에 내가 읽고 정말 흥미 없어했던 책이 있는데 바로 설민석의 삼국지다. 책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설민석 특유의 목소리가 책에 그~~~대로 녹아있다. 문제는 내가 설민석의 해설을 모두 다 들어주기가 버거웠다. 한마디로 너무 쉽다. 너무 쉬워서 지루했다. 그렇다고 책이 나쁜 책이었거나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도 영혼을 빨아먹는 그의 설명이 책에 그대로 녹아있다. 삼국지를 읽고 싶은데 너무 어렵다고 느꼈거나 귀찮았던 사람들은 그만한 책도 없을 것이다.

반면, 이 책은? 저자의 의도와 책의 내용이 전혀 맞지 않는다. 이 책으로 세계사를 한눈에 꿰뚫는다고? 어림없다. 장담하건대 이 책은 세계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으면 이해 못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나눈 테마가 정말 맘에 들지 않았다. 과연 저 테마로 무엇을 알 수 있나? 한 예로, 종교에 관해 이야기할 때, 유태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이들이 충돌하는 이유에 대해선 딱히 다루지 않고 있다. 시아파니 수니파니... 이것도 피상적이다. 하나도 이해가지 않는다.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저자의 머리말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하고자 했던 말과 책의 구성, 내용이 너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서 역사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이나 시대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이들이 세계사에 눈을 뜨는 그런 드라마틱한 상황은 전~~~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화가 나는 건 저자의 서술 방식이랄까. 편견을 갖고 싶지 않지만 편견이 생기게끔 만드는 부분들이 있다. 원자폭탄에 대해서도 중립적인 척 하지만 중립적이지 않은 느낌(일본이 원자폭탄 개발을 포기한 줄도 모르고 미국이 오판 끝에 폭탄을 투하했단 식의 묘사는 .... 내 마음이 삐딱해서인지 곱게 보이지 않았다. 전범국이면서도 원폭의 피해를 입었다며 미국의 사과를 요구하는 뻔뻔한 일본의 모습이~그 와중에 피해를 입은 한국인 징병 피해자들의 존재는 무시하는 그들의 작태가 눈에 보이는 듯해서 저자도 곱게 볼 수가 없다.

그리고 책 앞에는 지역별로 한눈에 보기 쉽게 꾸민 연표가 있는데... 이 연표가 화근이었다. 그래, 머리말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저자 서문에 끌려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이 연표, 하, 진짜 골 때린다. 가로축의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였나? 유럽쪽 주요 국가엔 제2차 세계대전이 표시가 되어있는데, 중국, 일본, 한국, 기타 아시아 국가 어디에서 제 2차 세계대전에 대한 표시가 없다. 왜? 우리도, 중국도, 일본 덕에 제2차 세계대전에 끌려갔는데. 왜 우리나라 연표에 조선 다음 바로 6.25 전쟁인건데. 일제시대랑 제2차 세계대전은 어디로 간건데? 하, 우린 그렇다 치자. 너희는? 너희는 엄연히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데? 그래서 니네 전쟁 못하게 평화헌법 만든 거잖아. 니네 아베가 그토록 바꾸고 싶어 했던 그 헌법. 그래, 이 연표가 문제였다. 이 연표를 보고부터 이 책에 대한 기대같은게 와사삭 무너졌다. 뭘 봐도 삐딱하고, 뭘 봐도 부정적이고, 뭘 봐도 화가 나는.

결론은 화가 난다. 내 돈주고 안 사길 잘했다. 앞으로 역사책이라고 광고 문구나 것만 보고 덮어놓고 읽지 말자. 정도로 마무리 해야겠다.

 

내가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기 전만 해도 알라딘 서평이 참 칭찬일색이었는데, 이 글 쓰고 나서 보니 별점이 많이 떨어져있다. 기본지식 없이 이 책 읽지 마라, 연표가 왜 이따구나, 역사왜곡이다 등등.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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