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도서] 망량의 상자 (수정)

띵.. 2005. 6. 17. 17:21

저자 교고쿠 나츠히코
역자 김소연
출판 손안의책 (양장)
평점 ★★★★★
(이미지 출처 Yes24 )

참고로
"손안의 책"에서 올린 독서 가이드


2005. 06. 17===========================================================

잠자리에서 잠깐 읽자고 생각한 제가 바보였습니다.
너무 흥분되고 긴장되고;;;;
거기다 이런 충격적인 결말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 감상문을 써야하는데, 조금 정리된 다음에 쓸께요.
밤새워 읽고 탈진한데다
그 뒤로 꿈 속에서 전부 ;;;;; 상자꿈만 꿨습니다.
지옥이 따로 없었어요 T^T
정말 간만에 미친 듯이 독서를 했봤다는 느낌!

2005. 06 .18 덧붙임=====================================================

funnybunny님의 도움으로 출판사인 "손안의책" 블로그를 알게 되어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도 이 망량의 상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있더군요. 굉장히 밀도 있는 책이라구요. 정말.... 사람을 탈진시키는 책입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 이렇게 머리복잡하게 하고, 이렇게 뒤가 궁금해.. 라고 생각하며 미친 듯이 읽은 책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여러가지의 사건들이 나누어져 서술되고 있습니다. 크게 나눈다면, 구보라고 하는 젊은 소설가의 소설 '상자 안의 소녀' , 열차 사고를 당한 유즈키 가나코와 그녀를 둘러싼 사건, 피해자들의 팔과 다리만 발견되는 엽기적인 토막살인 사건, 온바코님과 망량퇴치, 그리고 세키구치 일행과 교고쿠도의 대화들. 예전에 읽었던 책으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이라던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가 떠오르는군요.

정말 예전 "우부메의 여름"을 읽었을 때도 느낀건데, 교고쿠도가 세키구치에게 하는 대사들과 논리는 언뜻보면 필히 궤변입니다만, 그것들은 의외로 모든 현상을 아우를수 있는 진리이기도 합니다. 세키구치만큼이나 이해력이 딸린 저는, 세키구치씨가 교고쿠도에게 혼나고, 욕설을 들을 때마다 교고쿠도에게 저항하고 화내면서, 그의 논리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힘들게 세키구치와 독자를 설득한 교고쿠도와 작가는 "자! 보아라!"라며 결론을 내어줍니다. 그것은 충격적이고 경악스럽지만, 이미 교고쿠도의 궤변에 빠져든 우리는 납득해버리고 마는거죠. 정말 작가분, 대단히 존경스럽습니다. 하나의 결론을 내기 위해, 그것이 정당한 것임을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문장 하나하나를 공들여 제작하는 그 세심함과 구성력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나 이 소설, 언뜻보면 대치 되는 것들,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것들이 고교쿠도가 재배치함으로서 무엇하나 낭비되는 것 없이, 부족함 없이 딱 들어맞게 되는거죠. 정말 멋진 구성입니다. 정말 대단해요.

세심한 문장과 과격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논리, 거기에 충격적인 결말이, 제게 있어 "교고쿠 나츠히코"라는 작가를 설명해준다고 해야할까요?

전작 우부메에 비해 훨씬 짜임새 있고, 추리소설-범죄소설로서의-로서도 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 같아보입니다. 변함없이 우리의 세키구치씨는 소심하며 교고쿠도는 거만하지요. 그리고 저한테는 "우부메의 여름"보다 이 책이 더 흥미있었구요. 한번 손에 들어놓으니 조마조마 해서 손을 놓을 수가 없더라구요. 지금은 정신이 혼미해서 정리가 되지 않지만,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아 이래서 이 이야기가 여기 들어가는 구나, 이래서 이 문장이 여기에 배치되는구나 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곳들이 쏟아져 나올꺼라 확신합니다. 어찌보면 황당한 결론이었음에도 납득할 수 있었던건 그러한 문장 하나하나에 의해 고교쿠색으로 제가 물들었기 때문이니까요.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므로 자세한 감상도 불가능한데요... 나중에 저 충격적인 결말을 알게 되신다면, 어째서 표지가 저런 디자인이 되었는지 알게 될 껍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저 표지를 보니 섬뜩하더군요.
덧붙여 "상자"..... 훗, 책을 읽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상자는 트라우마가 될 듯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신 분들은 충격으로 "상자꿈"만을 연속해서 꾼 저를 동정하지 않을 수 없을 껍니다.
미친듯이 읽을 수 밖에 없다가, 중간 결말-이렇게 밖에 표현이 안되는군요-에 허탈해지고, 최후에 가서 뒷통수를 맞음과 동시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고. .... 그 뒤로 공포에 휩싸이게 되고.
상자, 상자, 상자....

소설 내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책 읽기 전까진 읽지 마세요)

나는 상자가 되고 말았다.
상자는 무언가를 넣기 위해 있는 것이다.
상.자. 그. 자.체.가 되어 버려서야 소용이 없는 것이다.


가장 맘에 드는 구절입니다. 그리고 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이마 이치코의 백귀야행에 보면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속이 텅 비어버리면 다른 것들이 들어가기 쉽다"고
이곳에는 속이 텅 비어버린 상자들이, 그래서 속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망집이 "망량"이 되어 저.세.상.으로 가버린 사람들도요. 저 역시 곰곰히 되집어 봅니다. 나는 속이 비어버린 상자가 아닐까, 혹, 상자를 채우기 위해 내 안에 "망량"을 삼켜버린 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간만에 탈진할 정도로 독서를 해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파장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구요. 우부메의 여름과 더불어 이 책도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물론, 상자에 대한 감정들이 조금 정리되고 말이죠.
아아아아, 상자, 상자, 상자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