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

[애니] 건 시드 데스티니 19~28화

띵.. 2005. 5. 4. 15:12
어제 알바 휴일이었는데, 감기에 제대로 걸려서 꼼짝도 할 수 없더군요. 그래서 해야할 일을 전부 내팽개치고 시드에 몰입했습니다. 너무 험한 소리를 많이 들어서 볼까 말까 고민도 했는데, 정말 재미있더군요.

역시 전, 알게 모르게 키라 팬이었나봅니다. 전작에서 호시상의 그 경악스런 울음소리에 귀를 막고 싶었지만....그래도 키라의 등장분이 증가하면서 데스티니도 흥미롭게 보는 것 같아요.

신이 욕을 많이 먹고 있죠? 은인이나 다름없는 토다카 대령을 죽였으니까요.
그렇지만 전 신이란 캐릭터는 밉지가 않아요. 그의 울분이나 분노가 "참 엉뚱한 화풀이다" 싶으면서도 제가 신이었다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껍니다. 스텔라에 대해 매달리는 것도 역시 잃어버린 동생을 떠올려서인 것 같구요. 예전의 키라가 "아크엔젤"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움직였다면, 신 역시 "지킨다"라는 것에 강하게 매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지 키라와는 다르게 그 "지킨다"는 개념이 선제공격적 의미가 좀 담겨있는 것 같기도 해요. 거기다 카가리에 대한 감정도 "아스하 대표의 오브"를 진심으로 믿고 좋아했기 때문에, 가족들을 잃은 분노를, 그 증오를 어디다 쏟아낼 길이 없어서 그 대신으로 삼는 거구요. 너무나 소중한 걸 잃은 사람은 "적"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거든요. 그래서 전 신이 안타깝고, 그런 신이 좋습니다. 단순 명확한 소년다움. 모든 걸 힘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힘이 없어 소중한 것을 잃어야 했던 시절을 잊어버리기 위한 몸부림. 지금의 부족함은 성장해 나가면서 시야가 넓어지면 나아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넌 어디 편이냐!! 란 소릴 듣고 있는 아크엔젤과 키라.
확실히 이들은 이상주의자들이고, 저도 그들의 꿈이 이루어 질꺼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오브라는 좁은 국가를 한정으로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타국을 침략하지 않고, 타국의 침략을 용납하지 않고, 타국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라는 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요. 지금도 스위스 같은 나라는 중립국이란 이름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도 때리고 저기도 때린다지만, 그들은 "오브"출신입니다. 오브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오브를 예전 "아스하 대표" 시절의 오브로 만드는 것이 목표인겁니다. 풀 메탈 패닉의 미스릴이라던가, UN군 같은 게 아닙니다. 국적을 가진 국민군인거죠. 그런 의미에선 오브의 함모를 공격하려던 "미네르바" 공격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자국군이 총을 맞고 있는데 멀뚱히 보고 있으면 그건 배신 행위지요. 오브군을 공격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내분인거죠. 그들은 이랬다 저랬다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는 겁니다. 그들이 이상주의자란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지만, 적도 아군도 없는 막나가는 군대라는 얘기는 조금 어긋난게 아닌가 싶어요.
적어도 저는 설사 그것이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단순히 외치는 것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선 가장 멋진 캐릭터들이 아닌가 싶어요.

마지막으로 아스란.
정말이지, 그는 뼈속까지 자프트로군요 ^^;;; 이렇게까지 "길의 후리기"가 완벽할 줄은 몰랐습니다 ^^a 길,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지난 전투에서 아크엔젤과 함께 싸운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결국 자프트군으로서 지구군의 MS를 탈취하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 그래서 솔직히, "넌 잘난척 하며 신에게 말할 자격이 없어!!"라고 소리쳐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 고집세고, 자긍싱 강하며, 남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는 아스란 ^^;;;
조금은 친구들을 믿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네요.
28화에서 키라의 프리덤에 의해 세이버가 아주 아작!이 나버렸는데요. 메카닉을 팔아보려는 선라이즈의 전략이기도 하겠지만, 제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망설이고 있는 아스란은 역시 키라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신이 키라의 공격을 피해낸 것 역시 씨앗을 터트렸다거나, 어찌되었던 주인공이니 띄워줘보자는 것도 있겠지만, 신이란 캐릭터 자체가 망설임이란 것하고 거리가 머니까요 ^^;; 친구를 공격해도 되나? 하고 망설이고 잇는 아스란과는 역시 차이가 나는 걸껍니다.

순식간에 밀린 분량을 끝내고 나니 숙제를 마쳤다는 느낌이 들어서 홀가분하더라구요. 앞으로의 전개는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지만요 조금은 아스란이 땅파기를 그만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신 역시 스텔라를 만나고 그녀를 지켜주면서 조금은 가족들이 죽은 그 날로부터 벗어나주면 좋겠어요.

자아~ 이젠 암굴왕을 쓸어서 볼 차례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