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당근이 프로젝트!

백일

띵.. 2014. 12. 25. 23:19

얼마전 아이 백일이었음.

다행히 백일 전날 애를 아기띠로 들쳐없고 이런 저런 나물이랑 미역국을 끓이는 바람에 당일 새벽에 어찌저찌 삼신상은 차려내는데 성공. 백일상은 남편이 무슨 백일에 케익에 풍선 매달고 그러냐고 해서 접음. 덕분에 남들처럼 뽀대나는 백일 사진은 없지만... 솔직히 잠이 부족한 터라 풍선에 케익에 자는 애 깨워 파티의상 입히는 거 귀찮아서 잘됐다 싶었음.

그 담날은 시댁 식구들이 왔는데... 솔직히 편하게 식당에서 먹고 싶었지만 남편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초대했다는. 남자들이란 왜! 어째서! 여자들이 집에 손님오는 걸 싫어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걸까? 손님이 오면 청소도 해야하고, 음식도 해야하고, 나름 씻고 단장해야하는데... 이런 걸 하고 싶지 않다고. 손님이 오는 게 싫은게 아니라 이런 걸 해야하기 때문에 싫은 거라고. 여하튼 정말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알차게 대충대충 단촐하게나마 음식은 해서 체면 구기지 않고 넘어간 듯 함.

결혼 초만 해도 우리 시어머님에 대해 불편함 없이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애 생기니까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잔소리. 예전에 형님이 지나가는 말로 "자기, 애 생기면 알게 될꺼야... "하더니 정말 뭔지 알겠다. 그래도 이번에 백일 지내면서 형님이 날 얼마나 신경쓰고 계셨는지 알게 된 것은 작은 소득. 형님이 말은 안했지만 시아주버님과 시어머님이 정말 우리집에 엄~~~청스레 오고 싶어했단다. 나 산후조리 할 때부터. 하지만 우리 형님이 엄~~~~청나게 반대해서 그나마 산후조리 시절 한번 방문으로 끝난거라고. 맘 같아서는 산후조리 할 때도 안 찾아오고 싶었지만 매정하다, 내가 서운해 한다 등등 이런저런 반대에 부딪혀 결국 오고 말았다고. 본인이 산후조리 할 때 너무 힘드셨단다. 수술 회복에, 몸 추스리기도 힘든데, 시어머님이 매일매일 오셨었단다. 어머님 딴에는 손자얼굴도 보고 며느리 뒷바라지도 하겠다는 선의였겠지만 우리 형님에겐 정말 날벼락이었을터. 그런데 나는 아이도 하나 잃고 애는 아프고, 본인도 이래저래 힘들텐데 왜들 못가서들 그러는지. 안 가주는게 도와주는 거라며 수많은 욕을 드셔가며 막아주시는 바람에 그나마 내가 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번 백일에도 그 전까지 수없이 우리집에 오고 싶어하는 시어머니와 시아주버님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고 하신다. 본인이 정말 죽고 싶을만큼 산후우울증에 시달렸기 때문에 나 역시 그렇지 않을까, 혹시 그렇지 않더라도 안 가주는게 도와주는게 아닐까... 하지만 대놓고 그렇게 말하면 시어머님과 시아주버님이 형님을 원망하겠지. "내가, 우리 엄마가 뭘 그렇게 힘들게 했다고!!!"  아후.... 왜 남자들은 모르냐고. 그냥 우리 엄마가 아니라서 불편한거야. 난 틈나면 자고 싶은데 시어머니 앞에서 떡 하니 잘 수 있는 며느리가 몇이냐고. 난 집이 더러울 때는 엄마가 오는 것도 짜증난단 말야.

여튼, 형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날이었다. 힘든 하루였지만 그게 가장 큰 소득이었달까. 아, 어머님이랑 잦은 충돌이 예상되겠지만 그 때마다 날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해주는 아군이 있구나 생각하니 어깨에 힘이 팍팍 들어가는 느낌? 여하튼 형님... 죽을 때까지 충성할께요. 완전 감사감사.

 

참, 형님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공포를 배웠다. "띵동~, 애미야, 나다!"

후덜덜 후덜덜~

다행이야... 우리집은 좀 멀어서;;;; 그나마 버스타고 40분 이상 걸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