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Actors

반성 겸 잡설

띵.. 2006. 4. 29. 14:33
우선 이 글을 쓰게 된 건 푸른늑대님의 포스팅을 읽고 반성을 좀 해볼까 해서입니다. 얼마 전의 제 포스팅과도 관계가 있구요.

우선 반성모드.
인터넷의 소문만 가지고 한 사람을 비방하는 건, 역시 나쁜 일입니다. .... 반성해야 해요. 인터넷의 여론몰이가 얼마나 심한지, "마녀사냥"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면서 쉽게-그것도 혼자서- 날뛰고, 상처받고, 같이 끼어드는건 정말 나쁜 일이라는걸.
거기다, 원래 어떤 발언을 하셨는지도 잘 모르니까요.

그렇지만... 으음, 뭐라고 해야하죠... 전 푸른늑대님 생각하고는 조금 달라요. 어디가 어떻게 다르다고 콱! 찝을 수 없습니다만, 이건 성우분들의 직업문제하고는 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설사 진짜로 K 상이 BL을 비난했다고 해도 그 심정, 이해합니다. 제가 봐도 쓰레기 많습니다. 거기다 쓰레기가 아니다 하더라도 남자들간의 동성애물. 우리라고 레즈물 녹음하라고 하면 좋겠습니까? 말을 대놓고 안 했다 뿐 누구 한사람 좋아서 할꺼라고는 생각 안합니다. 물론 몇몇 분들이 "이건 일인데 뭘 그리 깊게 생각해?"라며 딱 끊어서 하실 수 있는 분도 있겠죠. "프로정신의 귀감" 이기도 하겠지만, .... 이런 사람 쉽지 않다고 봅니다.
"돈 벌고 인기 얻어, BL에서 발 뺀다"라는 말, 요즘 많이들 나옵니다만, 그게 나쁘다고도 생각 안합니다. 그거 당연한 거라고 봐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였다면 자신의 이미지를 갈고 닦는 것도 중요하고, 또 호오로 일을 고르는 것도 사람으로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에 프로인 이상 호오로 고른 일의 뒷감당도 자기가 해야겠지요.

그렇지만 솔직히, ... 유쾌하진 않아요. 사람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비난 받으면 무서워지는 법입니다. 
만약 세키 상이 저런 발언을 하셨다면, 전 분명 큰 충격을 받고 크아아아악! 할껍니다. 그렇지만 그 이유는 지금과는 다를 것입니다. 물론 한동안 정말 그렇게 싫으셨단 말인가! 그런 발언을 꼭 하셔야 했을까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렇게 멋진 연기를 해주셨기에, 그래서 반했는데, 그것 때문에 "세키 상 팬이 됐어요"라고 하면 그런 걸 듣고 좋아하는 한심한 팬으로 낙인 찍혀버리는 건 아닐까, 싫어하시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런?) 작품(장르)에 나와주시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이런 이유로 혼자 삽질의 향연을 벌이고 있겠죠.
그렇지만 K 상은 달라요. 전 K 상 목소리도 좋아하고, 연기하시는 것도 멋지다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K 상에 대한 애정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거죠. 세키 상은, 세키 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작품에 대한 없던 애정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면, K 상은 어디까지나 작품에 대한 애정 위에 생기는 좋아함이니까요. 그렇기에 저 역시 설사 그게 확대해석 되고 악의로 점철된 것이라고 해도-믿어버리게 된다고 해야할까요? 알면서도 "믿고 싶은 현실만 바라보는" 바보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그렇기에 더 용서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상처냈다는 그 원망이라고 해야하나요.

전 이런 것이 단순히 성우라는 직업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애정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저런 발언을 하면 용서된다. 글쎄요. 어디까지나 표본이 제 개인이라는 한정된 범위입니다만, 사람이란 "자신의 것"이 무시당하면 분노하는 법입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배우라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소설이라던가)에 나오면서 "솔직히 그거 하기 싫었어요" 라고 말한다면 용서가 될까요?  배우나 성우라는 직업 때문이라기 보다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위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발언 하나로 팬들이 떨어져나갔다면 아직은 BL이라는 장르에 비해 K 상이 차지한 상대적 위치가 낮은 까닭이겠죠. 물론 K 상의 경우 BL로 팬이 된 사람이 꽤 있다는 것도 원인이겠구요.

만약에 이노우에 상이라던가 이케다 상 같은 분들이(이케다 상이야 출연하신게 거의 없을테지만 예를 들어) 같은 발언을 했다고 해서, 팬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냐 ... 를 가정해 볼 때, 가능성이 거의 없을꺼라고 생각합니다. 서운하겠죠. 상처, 받을 껍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분들을 비난하고 등돌릴 사람들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어짜피 BL 장르는 무시당하는 장르, BL이 대표작이라고 무시하는 팬들의 시각도 문제겠지만, 인지도 쌓고 발 빼는 성우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반농담조라지만 "돈 벌고, 인지도 생기니 떠난다"라는 원망섞인 비난을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이런 원망이 조금씩 조금씩 쌓여가다가 불운하게 K 상이 지뢰를 밟은 것이겠죠. 여기엔 좀 화풀이라고도 생각합니다만, 남성이 포르노를 즐기는 것처럼 인정받을 수 없는 BL 여성팬들의 분노라고 해야할까요? "니들은 보면서 이런거 쫌 본다고 변태로 모는 거냣?"이라던가, "그래, 너도 무시하는 거냣? "이라는, 음지생활자 특유(^^;; )의 모든 걸 악의로 해석하는 경향(?)도 조금 작용했을껍니다.

어찌 써놓고 보니, 모든 것은 Big 하지 않은 K 상의 탓! 이라고 쓴 것 같습니다만 ^^;;  제 생각을 정리하자면 그렇습니다. 같은 생각을 가졌던 수많은 성우분들이 이 일로 상처 받으셨을테고,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꼈겠지만, 사실 그런 걸 여러모로 생각하기엔 제 뇌는 작아서요.
그리고 팬이 아닌 탓에 제 자신이 K 상에게 악의적으로 발언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 가늠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호리우치 상이 얼마전 "잘도 그런 걸 녹음했구나"라고 모 토크 시디에서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이건 BL이란 장르 전부를 말씀하신 것도 아니고, 모 작가의 작품 하나를 꼬집어서 말씀하신 겁니다만,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건방지게 말해도 용서되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건 받아들이는 쪽의 문제이기도 합니다만, 말하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해요. 안티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고 작심하고 악의적으로 해석하려 맘 먹으면 뭐든 가능한 겁니다. 그걸 어떻게 수습했느냐 역시 자신의 능력인거 아닐까요.
거기다 K 상의 경우는 아직도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계십니다. 출연 중이면서 그런 소문이 돌아버리면 누구나 삐딱한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나 BL 싫어! 라고 말하면서 나온다는 건-발언의 진의 여부를 떠나서 그런 소문이 돌아버렸고, 그런 소문을 들어버린 사람들은 역시 '그렇게 맘에 안들면 안나오면 되는거 아니냐' 혹은 '그렇게 맘에 안 들면서 나오는 건 역시 돈이냐'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거죠.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거짓말 섞어가면서 무조건 찬사를 날려대는 모습은 정말 보기 흉합니다만, 자신이 지금 참여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함부로 발언하는 것 역시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떠나, 그 발언에 의해 자기 발목을 잡히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속편하게, 맘 편하게 살아가는 것은 인간적으로 중요한 일입니다만, 자신이라는 (자신이 의도적으로 만들었던, 어쩌다보니 타의에 의해 만들어졌건 간에) "이미지"를 망치지 않고 관리하는 것이 남들의 눈과 관심속에 살아가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당연히 지켜야할 의무같은게 아닐까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렇군요. 우선 그 분이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니 ^^;;; 일방적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K 상을 비난한 제 자신이 조금 한심합니다. 반성해야겠어요. 모 가수를 너무나 좋아했던 시절, '마녀사냥' 식 여론몰이에 많은 사람들이 그 가수를 비난했을 때,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비난하는 그들을 죽이고 싶을만큼 미워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렸으니까 ^^;; 그만큼 심취했달까. 그랬던 제가 단순히 '소문'만 듣고서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거기에 동참한 일에 대해 정말 너무나 부끄럽고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건, K 상께, 저라는 사람이 비난한 것도 사과하는 것도 모르시겠습니다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앞으로 이렇게 휩쓸리는 일이 없도록 다시한번 조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반성할 기회를 주신 푸른늑대님께도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덧붙여, 이 글을 읽으시고 오해하시는 일이 없도록 한마디만 하자면, 가운데 제가 쓴 주저리주저리는 어디까지나 K 상이 그런 발언을 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쓴 것으로, 푸른늑대님이 말씀하신 "성우이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는건가"는 의견에 대한 제 의견일 뿐입니다.
위에서 제가 거론한 K 상은 사실로 밝혀진 내용과 전혀 다르므로 괜한 오해를 하시면 몹시 곤란합니다. K 상을 비난하려고 쓴 글이 아니라는 점(전혀 그렇게는 안 보이는것 같지만 ^^;; )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오해를 제외한 의견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그리고 푸른늑대님의 글은 꼭 한번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 분의 글을 읽고 있으면 제 생각이 얼마나 짧고 천박한지 깨닫게 되요. 번개맞는 기분? 혹은 신내림 받는 기분이 들어요. ^^
K 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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