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삽질인생

우울해 병 도지다

띵.. 2006. 2. 11. 23:53
오늘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아버지한테 소리쳐 버리고;;
(왜 절 나쁜 딸로 만드시는거에요? 괜히 슬프고 미안해지잖아요)

아둥바둥아둥바둥아둥바둥;;;

공부도 하고 싶고(곧 컴퓨터 시험도 봐야하고 JPT 공부도 해야하는데)
책도 읽고 싶은데...

요즘 머릿속을 꽉 채우는 건 어디까지나 잠.

예전에는 우아하게 홍차나 마시며,
책 읽고 뒹굴뒹굴.
그러고보니 그 좋아하는 홍차 마신지도 오래됐다.
일하는데 졸지 말자고 맛대가리 없는 인스턴트 커피만 주구장창 마셔대니.
간만에 홍차 마시면 홍차 특유의 사랑스런 떫은 맛에 거부감을 느끼게 될지도.

귓병은 낫지 않고, 몸은 피곤하고, 신경은 예민하고.
요즘의 나는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날 행복하게 해주던 책들조차, 이젠 왜 사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으니.
사지만 말고 읽으라니깐 ㅠ.ㅜ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공부만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공부잘하는 아들, 자랑스럽고 대견하시겠지만요.
전 오늘 당장 청소하지 않으면 내일 피곤해요. 저라고 저녁 먹고 밤 9시에 청소 하고 싶겠습니까?
오늘 제 방을 치워야, 내일 한 시간이라도 빨리 어무이를 거들어 집안 청소를 마칠 수 있고, 그렇게라도 시간을 벌어놔야, 저도 제 할 일을 할 수 있죠.
저요, 면목없게도, 아직까지 공부한다는 꿈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대학 가는 거야 이미 글렀지만, 공부는 대학가서만 하는거 아니잖아요? 저도 공부도 하고싶고, 좀더 잘나져서 사람대접 받고 싶어요.
그리고, 책도 읽고 싶구요. 고상하게 클래식 시디 돌리며 포근한 침대위에 척 하고 걸터 앉아 홍차 쪽쪽 마셔가며 제 사랑스런 책들과 놀고도 싶습니다.
일요일에 잠깐 짬을 내서 영화도 보고 싶고, 친구들 만나 커피숍에 앉아 하루 종일 수다도 떨고 싶구요. 교보문고나 헌책방 거리에 가서 책 사냥도 하고 싶구요. 이런 소소한 일을 하기 위해 갖은 구박받으면서 일주일을 버텨내는 겁니다.
힘드신거 알아요. 일만 하셨지 즐기지 못한 인생이었다는 거 알고 있어요. 당연히 하고 싶으신 일도 있으실테고, 저희를 위해 희생하셨으니 그 정도 양보하는 건 당연하다고도 생각합니다만, 제가 화나는 건요. 언제나 저한테만 양보하길 바라신다는 겁니다.
공부만 중요한 일인건 아니에요.
저요, 일요일날 8시에 일어나 엄마 도와 하루 종일 청소하고 나면 오후 2시에요. ..... 오후 2시. 뭘 할까요? 이 시간에 시내에나 나갈 수 있겠어요? 나갔다 쳐도 최소한 여섯시는 넘어야 집에 들어올테고, 월요일부터 또 일에 쪄들어야 해요.
저도 좀 사람 취급 좀 해주세요.


우울해... 우울해. 우울해....
여유없이 이렇게 어기적어기적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해서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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