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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 우울한 글 쓴 김에 잠시 <바람의 나라> 관련해서

띵.. 2004. 10. 7. 01:56
사실 바람의 나라 표절시비에 관해서는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마 그 기획서가 정식으로 발표된 후 라고 해야할까. 그냥 묵묵히 기사를 읽기만 한 것은, 이렇게 진흙탕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내 자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탓일꺼다.

난 김진 선생님 매니아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무척 좋아하는 분이다. 바람의 나라를 읽고 반했고, <황혼에 지다>라던가 등등의 구하기 무진장 어려운 책들을 몇 권더 읽고서 반했다 (그 책들은 나보다 더 일찍 김진 선생님을 알게된 친구 덕에 얻어볼 수 있었다. 지금와서 얘기지만 oo야, 고맙다).

한국 만화계의 현실을 낙관한 탓에, 언젠가 사야지 했다가 댕기네가 망한 후에, 그제사 바람의 나라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날도 있었다. 그래서 시공사에서 다시 찍어줬을 때는, 너무 기뻐서.
내가 처음으로 구입한 만화책도 바람의 나라였고. 만화책이란 것도 돈을 주고 살 가치가 있다는 걸 가르쳐 준 것도 바람의 나라였으며, 역사 좋아하는 나에게 기름을 팍팍 뿌려준 것도 바람의 나라였다.

바람의 나라 덕분에 김진 선생님에 대해 마구마구 조사한 결과, 그 분은 완결작이 거의 없고, 중도 하차, 폐간으로 연재 중단 등 사연많은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덧붙여 절판 된 책도 많아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책들도 허다하다. (여기서 김진 하면 입에 오르내리는 1815는 .... 정말 눈물나게 보고 싶다).
그중 가장 안타까운 작품은 푸른 포에닉스. 단편집 상그리라는 다음편에 계속이라고 쓰여놓고도 소식이 없는지 벌써 몇 년인지. 너무나 기대하는 작품임에도,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아직까지 뒷 소식이 없다.
대표작이라는 바람의 나라 역시, 댕기 폐간 이후, 무슨 잡지에 연재-비싼 잡지였는데 바람 하나 보겠다고 샀었다, 이사다니느라 분실됐지만 T^T- 하다가 도중에 시공사로 옮겼던 거 같은데, 이번에 시공사도 만화접는다고 하니, 단행본은 어떻게 될지도 심히 걱정이고.
이렇게 사연많은 작품을 포기않고 계속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난 정말 김진 선생님이 고맙다. 물론 자신의 작품을 완결짓는 것은 작가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으른 모 작가를 무척 좋아하면서도 미워하는 거고. 그래도 저렇게 사연많고 복잡한대도, 포기 않고 해주시는 것이 그저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바람의 나라는 무거운 작품이다. 그래서 연재지의 분위기에 맞지 않으면 필시 연재하기 힘들었을텐데도 작품에 맞는 연재지를 끈기있게 기다리시다 이제 다시 그려주고 계신다. 팬으로서 얼마나 자랑스럽지 아니한가!

그렇게 힘들게 하는 작품을 그냥 날로 먹으려고 하다니. 그것도 드라마 작가 중에선 정말 멋진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했던 송지나 작가 이름으로 말이다. 울고 싶다. 뒷통수 맞은 기분이랄까? 물론 송지나 작가님 팬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작가가 같은 작가의 창작물을 손 댄다는 것은 이건 배신이다.
만화라서인가? 만화라서 김진 선생님의 이름으로 바람의 나라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줄 수 없었던 것인가? 왜, 사극-물론 바람의 나라가 원작이라던가, 김종학 프로덕션 쪽에서낸 기획서에 의하면 퓨전 사극이겠지만, 사극의 원작이 소설인 것은 용서가 되도, 만화가 되면 안된다는 건가?
김진 선생님 심정까지 알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날 기준으로 본 팬의 바람은 이번에 계약금을 받아서 김진 선생님이 돈방석에 앉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 덕에 바람의 나라가 교보문고 베스트 셀러라던가 만화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걸 바라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은 언제나 하고 있다. 그렇지만 난 그냥 우리의 무휼이, 그동안 김진선생님 덕에 볼 수 있었던 무휼이, 다른 이름을 달고 TV에 나오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아니, 아무래도 좋다. 무휼 대신에 광개토대왕이란 이름을 달아도 좋다. 어짜피, 고등학교 역사선생님조차 잘 모르는 대무신왕보다야 광개토대왕이 이름빨이 있어 좋겠지. 실제로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만화책 얘기하다 떠들고 걸렸을 때에, "역사에 관해 토론 중이었습니다", "대무신왕의 업적과 그의 생애에 관해서... "라고 재치있는 변명을 친구가 생각해준 덕에 그냥 넘어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우린 친구의 재치에 감탄했고, 역사선생님이 대무신왕에 대해 어물쩍 넘어갔다는 사실에 조금 씁쓸했었다. ... 그래, 하다못해 고등학교 역사교사도 이런데, 일반인 중에 몇이나 대무신왕을 알겠어? 그러니, 눈 딱감고 "풀 하우스 짝 났다" 생각하고 광개토대왕이란 이름을 달고 우리의 무휼이 나오셔도 좋다 이거야. 그래도 난, 난 절대로, <원작 김진 바람의 나라>라고 크래딧 올라가는 것 만큼은 꼭 봐주고 말겠다 이거야!! 이것만큼은 팬으로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이다


그리고 이건 이번 10월호 Herb에 실린 김진 선생님의 작가 후기.
이렇게 블로그에 올리면 안되겠지만, 비영리 목적이니 깜빵은 안 가겠지.


기분이 왕창 꿀꿀한 데... 비가 옵니다요. 음...하늘이 내 심정을 아는겨~라고 고마워 하는 중입니다. 살면서 얼마를 더 다쳐야 하는 걸까요? 다칠 데 또 다치고, 다친 데 또 다치고, 그러면서도 더 현명해지지 않는 우리. 욕심꾸러기들. 작은데 천착하여 큰 것을 망가뜨리는 욕심 사나운 이야기. 사실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 자가 그 일부를 보전해 보기 위해 마음을 팔아 먹고, 제 몫 챙기고 제 소리 내려고, 큰 둑에 구멍을 내는 이야기. 세상이 다 그렇다고? 따개비모양 닥지닥지 붙어서 제 창 하나만 닫으면 만사편한 것이라고. 여봐요... 당신이나 그렇지. 그 돌 구를 때, 거기에 붙어서 산 당신들이 멀쩡할지는 두고 봐야 안다오. 세상은 생각보다 변수가 많은 것입니다. 돌이 될 건지. 붙은 따개비가 될건지는 의지능력 가진 당신이 선택할 문제지만, 세상은 의외로 안 그렇지요. 그래서 '정의'라는 말이 존재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주 가끔 그런 욕심쟁이 따개비들을 응징하려고,돌도 구르고 파도도 밀어치는 겁니다(그러니까- 관행이 어떠네, 방침이 어떻다네 열심히 아부하여 붙어서 산 걸 슬퍼해야지, 저는 이리 약한데 돌이 굴러서 망했다는 둥 하면서 억울하다고 징징거리지 좀 마세요).
ps. 정의로우나 약한 자들을 따개비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좀, 약한 돌들-이지요. 더 지독한 자들은... 따개비 위에 붙은 따개비-.-
(음, 욕 실컷 했습니다...하하)


... 이런 건 욕도 아니에요 선생님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