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CD/Drama] 팔운성(八雲立つ)

띵.. 2004. 9. 20. 04:42
(2004. 08. 07 작성한 포스트)

출연>> 세키 토모카즈, 浪川大輔, 桜井智, 有本鉄隆, 마도노 미츠아키, 후지와라 케이지, 渡辺美佐
....한자로 해놓은 것은 죽어도, 죽어도 모르겠기 때문..(그래도 주역 나나치 타케오역의 성우분을 모른다니 T^T ) -> 수정, 일본어 한자 읽기 사전과 성우 DB 검색결과 나미카와 다이스케

내용>> 49년마다 딱 한번씩 행해지는 비밀제인 신화제. 그 취재에 아르바이트로 참가하게 된 나나치 타케오는 방문한 이즈모 지방에서 무녀로 춤추고 있던 후즈치 쿠라키와 만나게 된다. 시간을 초월해 서로 부르던 신이 한자루의 장식 대검을 사이에 두고 맺어질 때, 옛 어둠에 섬광이 비쳤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사람이 본 것은 과연... ?? (대원판 팔운성 1권 뒷표지에서 발췌)

이 작품을 알게 된건, 세키 토모상에게 한창 열을 올리던 시절 우연히 구했던 “駆け上がれ”란 보컬곡 때문이다. 나는 시원스럽게 쭉쭉 뻗어나가는 보컬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노래가 그랬다. 그리고 이 노래가 팔운성이라는 드라마 시디의 보컬곡이란 걸 알게 됐고, 그래서 자연히 원작이 궁금해 졌는데, 보기까지 꽤 힘겨웠다. 사실 믿고 사는 작가가 아닌 이상, 절대로 대여점에서 한번 보고 구입하는 편인데, 이 작가분은 생소했던 대다가 근처 대여점에 단 한권도 없었다. (하긴 1권이 97년도에 나왔으니.. ) 그리하여 당시 15권? 16권까지 나왔던거 같은데 모험을 감행하여 전 권을 구입하려 하였으나, 만화총판이라는 한양문고에도 7, 8권이 없어서-주인 아주머니 왈, 있으면 우리좀 갖다 줘.. - 좌절좌절.... 다행히 19권 출간으로 완결되면서 7, 8권도 다시 찍은 것인지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역시 모험을 감행하는 것은 싫어서 손해 분기점이라고 생각해서 달랑 세권만 샀다가 뒷권이 궁금해서 미칠뻔 했고, 금전상 문제로 딱 10권까지 구입했을 때는 흥분해서 날뛰었고, 19권을 읽고 나선 너무 슬퍼서 엉엉 울었다. (사실 소설이고, 만화고, 영화고, 운 경험은 그래도 꽤 있지만 최근에 서럽게 엉엉 울어본 적은 별로 없었던 거 같다)

너무나 사랑하는 작품이다. 이찌방이라고 말하긴 좀 곤란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바람의 나라"처럼, 역사와 신화, 만화적 상상력이 멋지게 조화된 대다가, 냉정하고 강하면서도 마음은 누더기가 된 두 주인공, 무휼과 쿠라키-물론 쿠라키는 타케오 덕에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씩 아물어가고, 무휼은 점점 상처가 벌어지는 것이라 다르지만- 두 캐릭터의 매력, 그리고 주인공을 감고 있는 주변인물들이 겹겹히 싸여 무척이나 멋진 작품들이다.

그런 멋진 작품의 드라마 시디를 심리적 거부반응으로 이제나 저제나 미루고 있다가 오늘 결국 지하철에서 녹음해놓았던 MD로 겨우, 정말 겨우 들었다. (팔운성 같은 작품을 지하철에서 들었다고 구박하지 말라!! 사실 아니텐을 듣고 변태취급 받는다던가 BL시디 들으며 묘한 웃음 흘리는 것보다 초 건전하지 않은가??) 여하튼 뭔가 해냈다, 라던가 마음의 짐을 덜은 느낌이다.

팔운성도 시디가 꽤 많이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들은 것은 만화책 1권의 내용을 다룬 첫번째 시디였다. 이야기의 도입부이면서 아버지를 죽인 죄를 짊어지고 가야하는 운명을 지닌 가여운 소년 쿠라키와 전생의 도공이었다고 하는 나나치 타케오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드라마의 스토리는 본래 원작에서 극단에서 따라온 여자가 둘 등장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을 제거 했다는 것을 제하고는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원작이 워낙 깔끔하게 이루어진 작품이라, 만화의 대사를 거의 사용했음에도 군더더기 같은게 전혀 느껴지지 않을만큼 깔끔하다. 단지 오늘 들을 때 사운드가 작았기 때문에 긴박감이 필요한 신화제 장면과 신전의 금역이 깨져 념이 넘쳐나던 장면에서 SE의 음량이 부족해서 듣는데 긴장감이 떨어졌다. (이건 MD 녹음시 실수라 어쩔 수 없었다 ㅡ.ㅡ;; ). 사실 원작이 있는 작품에서 원작과 거의 차이 없이 책의 대사 그대로 그냥 썼다는 느낌이 들면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는 시시하기도 하고, 왠지 시디 제작 스탭들이 성의없어 보이기도 하지만-최유기 시리즈는 정말 힘겹게 들었다. 하긴 그나마 원작 내용이면 스토리라도 있지, 오리지날은 애니나 드라마나 최악이다!!!- 그렇지만 이번 팔운성 시디는 비록 원작과 하나도 차이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줌으로써 원작을 망치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 했다는 느낌이라 좋다. 엔딩은 녹음이 제대로 안되서 듣지 못했지만 오프닝 곡은 상당히 좋았다. 오프닝 답게 늘어지지 않고, 빠른 편은 아니지만 힘이 느껴지는 보컬과 곡이었다.

성우들의 연기를 얘기하자면, 사실 난, OVA를 먼저봤긴 했는데 그땐 이런 생각 해본 적 없었는데 오늘 시디를 들으면서 타케오 성우분이 하도 맞지 않아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물론 나의 모에성우분들 중 한 분이었다면 안 맞아도 참고 들었겠지만, 도저히 타케오 이미지와 맞지 않아서..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기 보단 연기력이 절대적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왠지 억지로 감정을 일으켜서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착한 사람 타케오 이미지를 위해 억지로 그런 목소리를 짜낸다는 생각.
사람좋고 약간은 바보스러운 에마선배 역시 사실 원작에선 펑퍼짐하고 둥실둥실한 사람이라 마도노상의 목소리로 에마상이 말을 하고 있을 때 꽤나 어색함을 느꼈다. 머릿속에 있는 마도노상은, 이벤트 동영상을 많이 본 탓도 있겠지만, 활동적이고 약간은 어수선하며 활기찬-한마디로 기세만 좋은, 러브모드의 이즈미라던가- 그런 이미지기 때문에, 에마상 소란스럽긴 하지만 둥글둥글한 그라서 마도노상의 목소리는 영 핀트가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도노상, 뭐 경력도 경력이라선지 무난한 선에서 에마역을 마무리해 주셨다.
쿠라키역의 세키 토모상은 사실 에에?? 하고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쿠라키는 순정만화의 남주인공 분류로 흔히 얘기하는 검은 머리이기 때문이다. (순정의 남자주인공 분류로는 검정머리와 흰머리-사실 먹을 칠하지 않은 것 뿐이지만-로 분류되며 이는 캔디캔디 시절부터 유서 깊고, 현재까지 뿌리박혀있는 분류 중 하나로 가장 확실한 예로 캔디캔디의 테리우스와 안소니, 바람의 나라로 치자면 무휼과 호동-약간 빗나간듯도 하지만-, 기억나는 것은 마스카의 카이넨과 엘리후?? -이 정도면 적당한가? 여하튼 검정 하면 쿨가이, 흰머리 하면 지고지순형이 많다고 하지만 모두 적용시키진 말것, 실제로 이은혜라는 만화가는 검정머리 컴플렉스로 검정머리 주인공은 연거푸 실연당한다던가, 시한부 인생을 산다던가, 죽도록 쫓아다니고도 툇자를 맞는다는 전설이 있음)
여하튼 원래글로 돌아와서, 쿠라키는 쿨가이다. 언제나 고독한 한 마리 늑대처럼 눈을 빛내고 있으며, 실력없는 사촌 코를 꽤나 무시하고, 속으론 구원받고 있으면서도 타케오에게 한 마디도 고맙다는 소리 따위 하지 않고 갈구기만 하는 꽤 비뚤어진 소년. 물론 세키 토모상의 걸출한 연기로 많은 이의 입에 화자되었던 "후르츠 바스켓의 쿄우"역시 솔직하지 못한 부끄럼쟁이 소년이었지만, 그래도 그는 쿨~가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상상이 안 됐달까? 그렇지만 냉정한 척 하는 열혈소년이었기에 꽤나 잘 어울렸다. 기대 이상이었다.
원작 1권, 시디 1편의 쿠라키는 친자식이 아닌, 그것도 아내의 불륜으로 태어난 자신을 친자식으로 받아들여주고 아껴준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했지만, 그런 아버지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불우한 소년이다. 물론 이것은 그가 앞으로 겪게 될 운명의 시작이었으며 그 끝이기도 하지만. 크나큰 죄를 지은 자신을 저주하며 아버지 제발 다시 일어서 주세요라고 오열하는 쿠라키... 이 때의 세키 토모상은 정말 최고였다. 리바이어스의 오제 이쿠미도 그랬고, 후르츠 바스켓의 쿄우도 그랬고, 에스카플로네에서 반도 그랬고.... 세키 토모상에 대해 알만큼 알고 있고, 그가 얼마나 엄한 인간이며, 얼마나 엄한 짓을 잘 벌리는지-물론 그런 점도 좋아하지만-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절규하고 오열하는 목소릴 듣고 있으면 울어버리게 된다. (정말이지 후르츠 바스켓 25,6화 녹음하는 아프레코 현장을 보고 싶다. 어떻게 녹음하는 건지. ... 아니, 그랬다가 정말 분위기 깨서 앞으로 25,6화를 보면서 웃게 될지도 몰라)
여하튼 세키 토모상의 쿠라키!! 최고였다!! 주문을 외는 장면도 최고의 박력이었고. 정말이지 마지막 권에서 미소를 띄며 "이것만은 말해두고 싶었다. 널 만나서 난 구원받은 거야"라고 말하는 쿠라키. 자신을 더 깊게 찌르라며 타케오를 끌어안던 그 쿠라키를 세키 토모상의 목소리로 듣고 싶다!! (아, 젠장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난다)

그 외에 다른 것은 별로 기억나는 것이.. 아! 효과음도 상당히 좋았다. 단지.. 나의 MD녹음이 잘못되어 박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별개로 치고 말이지..

여하튼 스토리나 세키 토모상의 연기는 무척 맘에 들었지만 그 외의 것은 사실 희미하므로(고대 일본 신화가 마구 쏟아져 나와서 나의 짧은 일어실력으론 무리였는지도)
그런 관계로 별 세 개 로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