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CD/Music]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띵.. 2013. 3. 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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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 리히터 / 지휘 : 카라얀
 발매 : 유니버셜

앨범 표지에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나와있지만...
내가 이 앨범을 산 건 전적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때문이다.
(참고로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권에서 이 CD가 괜찮은 시디라고 추천해줘서 장만했음, 실제로도 유명했던 모양임)

라흐마니노프는 운명이다. 노다메 CD에서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정말 운명을 느꼈다. 클래식에 대해선 무지한 나였지만, 이 곡은 처음부터 확 와닿았다. 알고보니 노다메 CD에 나왔던 부분은 편집... 이 시디를 사고서야 처음으로 전곡을 다 들었다.


내가 하도 주구장창 틀어서(거의 매일 듣는 듯;;;) 이 곡을 심심찮게 들었던 내 주변사람들의 얘기로는 "이렇게 우울하고 암울한!!", "어두침침한", "음침한", "듣다가 우울증에 빠질 듯" 이란 혹평(;;;)을 던져주었지만,  글쎄 1악장에서 3악장까지 듣고 있다보면 우울한 기분이 어디론가 날아가버리는 듯한 환상에 빠지곤 한다. 난 글 솜씨도 없고, 귀도 막귀고, 그래서 이 곡이 가진 엄청난 아름다움을 설명할 길이 없지만, 누구에게나 추천해주고 싶은 명곡이다.

1악장 시작의 조용하면서도 어두운 도입부가 곡을 따라 강약을 조절하며 휘몰아칠 때, 그래서 마지막에 웅장한 피날레를 장식할 때, 그 마지막과 함께 나도 기운을 얻게 된달까. 실제로 작곡자인 라흐마니노프도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있다가 이 곡을 작곡하면서 치료했다고 하니까, 분명 우울함을 달래는데 직빵인 곡일꺼다.

너무나 라흐마니노프가 좋아서 이 앨범 외에도 백건우 씨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4번 모음집(실수로 2,3번은 시디를 하나 더 사서, 백건우 판만 2장, 라흐마니노프 2번만 총 3장이 되어버렸다;;;)을 또 샀는데, 역시나 귀에 익숙한게 더 와닿는 건지, 첫사랑의 추억인건지 ^^;;; 이상하게 이 리히터 버전만 듣게 되는 것 같다. 언젠가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회장에서 실제로 듣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올 10월쯤 고양아람누리에서 공연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때 어떻게 될지.

라흐마니노프 2번은 영화에서도 가끔 사용됐는데(영화 "샤인"에서도 나왔다는데 그 영화를 안 봐서 몇 번 협주곡이 나왔는지까지는 모르겠다), 호로비츠에서는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솔직히 말하면 영화보다 연주회 장면만 더 보고 싶었고, 혈의 누에서는 바이올린으로 편곡해서 들어갔던 것 같은데 처절하고 암울한 느낌의 영화와 너무 잘 어울리는 멋진 신의 한수! 였다고 생각한다. 피아노에서 바이올린으로 악기가 바뀐 것만으로 조금더 처연했다고 할까, 가슴시린 느낌? 아 정말 그 삽입곡은 최고였어. 아쉽게도 두 영화다 개봉시에는 관심도 없다가 이런 저런 사연으로(;;;) 나중에 알게 되어 감동이 좀 쪼그라들긴 했지만, 좋아하는 영화에 라흐마니노프 2번이 사용되서 너무너무 좋다.

아, 진짜~~ 라흐마니노프 2번 연주회~~~ 가고싶다 ㅠㅠ


2013.04.24 덧붙임

“리히터의 음반이라면, 뒤쪽에 폭발하고 쏟아지는 부분에도 귀를 기울여봐. 이 음반은 유독 음반이 많고 난다긴다하는 연주자들이 녹음하는 라흐마니노프 2번 음반 중에서도 독보적인 연주니까. 리히터는 폭발할 때 폭발하고, 에잔할 때 애잔한, 밀당의 고수야. 특히 마지막 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끝없이 고조되면서 음이 쏟아지는 부분을 잘 들어봐. 다른 연주들하고 비교해보면, 남다른 전율이 느껴질 거야.”
-Yes24 채널 클래식 가이드 중에서


맞는 말이다. 마지막 악장의 그 강하게 쏟아지는 음의 홍수 속에 당황스러울만큼 전율과 환희가 느껴진다. 정말이지 이 CD는 나한테 운명이었던 거 같다. 같이 들어있는 차이코프스키 곡도 그렇고. ㅠㅠ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연주한 곡도 있다니 한번 들어보고 싶다. 당장 B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