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삽질인생

어째서인지..

띵.. 2004. 11. 4. 00:48
집안이 벌레 투성이입니다.
나방, 모기, 파리... ㅡ.ㅡ;;;

아침에는 손톱만한 크기의 청개구리를 화장실에서 봤어요.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건지 정말 궁금하더라구요. ... 일년전만 같았어도,
"캬아아아 >.< 너무 깜찍해. 저 색깔! 저 싸이즈! 캬아아앗 ♡.♡"
하며 광희난무에 괴기스런 탭댄스를 선보이고 덥썩 잡아서 사진찍고, 관찰하고 밖의 잔디밭에 던졌을텐데 오늘 전
"크아아아아아악 이게 뭐야"
하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정말 귀여운 청개구리였어요. 정말 사랑스럽고 예쁜 초록색에 깜찍한 눈망울이 사랑스러운 예쁜 녀석이었습니다. 사이즈도 엄지손톱만했다구요. "사랑스럽다, 귀엽다"는 감정이 가슴깊은 곳에서 마악 솟구치는대도 예전처럼 손으로 덥썩 잡는게 안되더군요.
........

도시생활이 너무 익숙해졌나봅니다. 정말로 학생때라면 그 무식하고 못생기고 괴기스러운 황소개구리라면 모를까, 시골 논두렁에서 흔히 있는 한국 토종 개구리라면 아무렇지 않게 잡을 수 있었을텐데요. 그 깜찍한 녀석을 잡아서 밖에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개구리 특유의 뭉글뭉글함을 생각하니 토할 것 같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이제 저도 도시것이 다 됬습니다 그려... 이래선 앞으로 방아깨비나 메뚜기, 귀뚜라미 같은건 절대 맨손으로 못 잡겠어요 ㅡ.ㅡ;;


그나저나 눈앞을 알짱알짱 대는 파리자식이 얄미워서 그녀석이 나는 방향을 따라 집중적으로 파리약을 쳤습니다.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집중공략해서 죽이거든요. 그런데 이 자식이 제게 복수를 하려는 건지... 이놈의 시체가 발견이 안됩니다. 보통때 같으면 파리의 자취를 따라서 약에 취해 부들부들 하는 놈을 잽싸게 휴지로 싸서 버리는데... 이녀석이 묘하게 컴컴하고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서 놓쳐버렸어요.
녀석의 부들부들 날개와 다리 떠는 소리가 바로 귓가에 들려옵니다. 모기의 앵앵거리는 소리만큼이나 짜증나네요. 그렇지만 더 무서운 것은 그 녀석의 소리가 들리는 곳이 소중한 책꽂이의 어딘가라는 겁니다. 아무리 찾아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분명 소리로는 저기다 싶은데 어째서 파리의 시체는 안 보이는지. 나중에 책을 딱 꺼냈는데 그 사이에 미라화되거나 짜부러진 파리가 붙어 있으면 ... 저처럼 책상태에 관한 정신질환이 있는 녀석은 그 자리에서 졸도할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책 사이에 파리가 짜부되서 붙어있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워요.

.... 아 정말 살아서도, 죽어가면서도 신경 무지하게 거슬리게하는 파리네요.

'My Story > 삽질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노 지수 Max  (7) 2004.11.11
독감주사를 맞았습니다.  (7) 2004.11.11
오늘의 나는  (11) 2004.11.03
캬아앗 우리 엄마 >.<  (8) 2004.10.28
항상 생각해 오던 것인데..  (10) 2004.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