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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설] 우부메의 여름

띵.. 2004. 9. 20. 03:43
(2004. 07. 18 작성한 포스트)


저자 코고쿠 나츠히코
역자 김소연
2004. 03 손안의 책 (양장판)
평가 ★★★★
(이미지 출처 Yes24)



2004년 "후 항설백물어"로 나오키상을 받았다는 쿄고쿠 나츠히코상의 데뷰작이라고 한다. (정확히 94년도 작이란다). 사실은 백귀야행을 사고 싶었지만 모 인터넷 서점에서 품절이었는데다가, 아는 분의 감상기를 보고 잽싸게 도전. 구입 후 약 한달간 책꽂이에 꽂혀만 있다가, 드디어 도전하게 된 책이다.

사실 도전하게 된 이유가, 단순히 각종 질환을 잊기 위해 머리를 딴 쪽에 돌린다 라는 것이 의도였는데, 이 책은 첫 챕터가 무진장 난해하다. 의식과 무의식, 마음의 영혼, 그리고 인간의 뇌. 인간의 뇌가 어떤 방식으로 사기치고 있는가에 대한 논리를 따져보면 사기와 같으면서도 꽤 논리 정연한 쿄고쿠도-이 책의 주인공격? 정확히는 홈즈라고 해야하나?- 의 연설은 몸의 통증으로 머리가 썩어버린 나에겐 꽤나 어려운 이야기였기에 살포시 접었다.

그렇지만 왠만해선 한번 든 책을 접어두지 않는 나의 신경질적인 독서습관 덕에 어젯밤 다시 들게 되었고. 아직도 이해는 안 가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지난번에 감상기를 올린 "뒤마클럽"이 뒤가 궁금해서 미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면, 이 우부메의 여름도 그런 책이다. 결말을 알고나면 참 싱겁긴 하지만, 대체 뭐야? 하고 사람 미치게 만드는 그런 책.

결코 쉽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어찌보면 괴변에 가까운 쿄고구도의 연설을 듣고 있자면 머리가 빠게질 것 같은 과부하가 걸리는데다, 앞문장과 뒷문장을 놓고 나면 괴변이지만 논리를 순서대로 따라가면 굉장히 그럴 듯한 얘기로 변신해서, 여기서 왓슨 격이자 화자?쯤 되는 세키구치와 마찬가지로 읽고 있는 나 역시 홀려버리고 만다.
이분의 책은 "우부메의 여름" 외엔 읽은 것이 없지만, 사실 처음 접한 작품은 애니메이션 "항설백물어"다. 헛것을 자주 보는 편인 나라, 낮에도 절대 귀신이니 괴기니 하는 것들은 애니든 책이든 절대 보고 듣지 않는 내가 그 작품에 도전한 결심을 한 것은 주변의 격찬과 세키상의 정말 어방하고 산뜻한 연기 때문. 사실 항설백물어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언젠가 다시 보게 되면이라고 해두고.. 다시 우부메로 돌아가자.
위에서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한 것은 그 분 작품에 관해 함께 얘기해 보고 싶어서였다. 이 분 작품에는 언제나 "쿄고쿠도(京極堂)"라는 정체불명의, 꽤나 박식하고 논리적 괴변이 특기인 사람이 나타난다는 점. 물론 각 작품마다 역할은 다른 것 같긴 하지만-항설백물어에선 흑막같은 존재였다- 모든 것을 꾀툴고 있다는 점, 괴현상을 하나로 설명할 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 주인공-언제나 왓슨 같은 캐릭터 들이었다-들에게 해답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괴현상을, 주로 쿄고쿠도의 논리지만, 상식과 비상식, 논리와 비논리, 자연과 초자연으로 딱 구분짓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묘하게 하나로 뭉뚱그려 놓는다는 것이다.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있을 수 없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이렇게 써놓으면 확실히 괴변이다. 그렇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괴변이라 치부할 수 없는 논리가 나오고 이것들이 우리가 말하는 요괴니 비상식이니 초자연이니 하는 것들을 우리의 일상과 함께 묶어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들의 과학의 틀에 묶어 두는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우리가 말하는 초자연이니, 요괴니 하는 존재를 인정하는 위에서 그것들을 우리 세상과 묶어 하나로 만든다는 느낌. 써놓고도 내가 뭔말을 하고 있는 건지.. 쿄고쿠도가 내 글을 읽는다면 논리도 없고, 논점도 없고, 초점도 없고... 등등의 갖은 모략을 할 것 같다.

"우부메의 여름"에서 아이를 빼앗기도 하고, 아이를 돌려주기도 하는 우부메는 그 집안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이었다. 진실을 알면서도 교묘히 은폐하고 겁에 질려, 결국엔 저주에 걸려버린 가엾은 사람들. 항설백물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책에 나오는 수많은 요괴들은 결국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들이다. 팥 씻는 요괴도, 말 귀신도, 버드나무의 유령도, 시작은 결국 그들의 죄다. 요점을 정리하자면 쿄고쿠도가 말하는 초자연이나 신비라는 것은 인간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에게 저주가 되어 요괴가 되는. 그렇다고 쿄고쿠도가 모든 것을 과학의 틀로 이해하려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논리는 어디까지나 그것들을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과학과 초자연을 아우르는 그 위에 성립되어 있으니까. 그렇기에 그의 논리는 완벽하고, 언제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 두 번다시 우부메 감상글은 읽지 말아야지. 내가 글로 밥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작가 약력을 보면 추리소설 상도 꽤 많이 받았는데, 추리라는 것이 "어떻게?"나 "왜?"를 설명하는 것이라면, 확실히 이 분의 책은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나의 추리소설 범위는 "범죄소설"이기 때문에 총칭 쿄고쿠도 시리즈라고 불리우는 이 분의 저서들은 약간 범위가 다르달까? 물론 "인간의 죄"에서 출발하는 책이므로, 범인은 항상 존재하지만, 범죄소설이라고 부르기엔 약간 다르다. 언제나 죄를 지은 인간과 그의 심리,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를 항상 일본의 전설적의 괴담에 엮어서 풀어내는 방식을 쓰고 계시기 때문에, 나는 역시 심리 소설이나 민속 소설이라고 하고 싶달까?

우부메의 여름은 추리소설-범죄소설로서의-로서는 확실히 꽝이다. 애거서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 등 수많은 소설을 읽으면서 단 한번도 범인을 찾아보지 못한 내가, 읽는 순간 감이 올 정도였으니, 아니, 오히려 이 분은 그 사람이 범인이란 것을 의도적으로 겉으로 드러내며 쓴 거 같다. 그렇지 않고선 그렇게 범인 냄새를 풍기기야 어렵지. 왠지 느낌은 다르지만, "뒤마클럽"이나 "장미의 이름"을 읽었을 때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사건도 있고, 범인도 있고, 그것을 뒤쫓는 논리적인 인간들도 있고, 그러고 보니 장미의 이름에서의 스승님과 쿄고쿠도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군.

겨우 쿄고쿠도 시리즈 한 권 읽고 작가에 대해 아는 척을 너무 많이 했군... 하고 반성 중. 여하튼 읽고 있는 도중에도, 읽고 난 후에도 자신의 뇌와 자신의 기억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끔찍한 책! 우부메의 여름. 어렵지만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읽는 책이다. 나 역시 당장은 아니지만 -그랬다간 머리가 탈꺼다- 재도전 해서 쿄고쿠도의 이론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덧붙여서>> 괜찮은 책들이 나오고 있는 듯한 손안의 책들에서 (이왕이면 김소연씨 번역으로) 이 분의 다른 소설, 항설백물어나 속항설백물어가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