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쯔시 : 가능성의 하나로 마조라는 것도 있구나. (먹는 소리) 크엑, 4년간 주방에 있으면서 한 발짝도 진보하지 않다니 ... 어떻게 된 걸까. 손을 쉬어 본 적은 없는데 말이야.
나카가와 : 와인, 한 병 더 갖다 줄 수 없을까?
아쯔시 : 네, 똑같이 미하니메르노의 99년으로 괜찮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사시카이야의
나카가와라 : 아무거나 갖다줘.
아쯔시 : 아무거나 갖다달라니. 이걸로 오늘 계산은 20만을 넘는데. 말해두지만, 내가 "미하니~"라던가 "사시카이야" 나 "빈티지가 어쩌구" 하는 걸 외운건 나카가와 상이 세세하게 주문하는 탓이라구.
오늘도 나카가와 상은 3000천엔의 런치와 9천엔의 디너를 저 비싼 와인에 들이붓고 있었다. 내 눈에는 들이 붓는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테이블을 힐끔 보자 솔직히 내가 봐도 "아차, 실패했다. 불에 너무 올려놨다" 싶은 오리가 남아 있었다. 저거다. 저걸 위해 10만엔짜리 와인을 딴거다.
흐음, 혼자서 하는 인내력 테스트, 의표를 찔러서 갑자기 쓰러져 죽기 직전에 아버지가 구했다. 어버지가 유산을 줘서 매일같이 오도록 부탁했다. 유산 같은게 어디 있다고. 하나 가득 메밀국수를 부자 3명이... 앗, 안정적인 자살행위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사실 이런 식생활 1년 더 계속했다간 위험하잖아. 그래서 저 사람 죽어버리면, 나 살인자가 되버리는 걸까나.
나카가와 : 아직이야? 막차 시간 다 되겠어.
아쯔시 : 막차? 전차로 어디에서 오시는 거에요, 나카가와 상?
나카가와 :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그런거.
아쯔시 : 그렇지만... 아, 직장이 이 근처신가요?
나카가와 : 이제와서 그런 걸 묻는 건가? 1년 지나서 물을 바에야 죽을 때까지 묻지마. 내놔.
아쯔시 : (하아, 들이붓고 있어. 역시 아무리 봐도 들이붓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아. 마조? 여자 혐오증? 자살행위? 학의 은혜갚기?
그렇지만, 뭐라 해도 요 1년간 이 가게를 지탱해준 손님이다. 역시나 나카가와 상에겐 얘기해야겠지? )
저, 나카가와 상,
(언제나처럼 나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고 창문 밖을 보고 있는 나카가와 상이 용기를 쥐어짜낸 내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한다. 그렇지만 말해야만. <상속세를 물기 위해 빌린 돈을 갚으려고 다시 돈을 빌리고, 그걸 또 갚기 위해 돈을 빌렸다>라고 하는 머리 나쁜 짓을 반복한 결과, 이 가게는 꽤 위험한 곳까지 와버렸다는 걸.
그렇지만 한 사람이라도 손님이 있는 동안에는-아, 정말로 혼자지만, 나는 가게를 닫고 싶지 않지만 매입비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닫는 수밖에 없어. 그렇지만 닫는다고 해도 이 남자에겐 예고하는 것이 의라라는 거겠지)
저, 나카가와 상.
나카가와 : 뭐야, 어제서부터.
아쯔시 : 일단 귀에는 들어가는가 보군요. 아, 저, 사실은..
(생각해보니 비 오는 날이나, 바람 부는 날이나, 낮과 밤. 1년간 약 600 번 정도 내가 만든 요리를 먹은거다. 몸의 대부분이 내가 만든 밥으로 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아 가엾게도. 그렇지만 그렇게 따지면 새를 한마리 키운 듯한 기분은 드네)
저, 저어... 제 요리.....
(닫는다고 말해버리면 정성을 다한 질좋은 푸아그라가 내일부터 오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엉뚱한 말이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 맛있나요?
나카가와 : 맛있어. 영수증.
아쯔시 : 아 넵, 죄송합니다.
나카가와 : 잘 먹었어.
아쯔시 : (에? 왜 어깨를 두들기는 거지? 위로 해주는 건가? 정말은 맛없는 건가. 그래도 웃는 얼굴 처음 봤다. 방금 이 사람, 웃은거지? 평소엔 무뚝뚝한 얼굴인데 웃으니까 상냥해 보여~라는 것도 전혀 없어. 이 세상에 웃는 얼굴이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니)
나카가와 : 지금, 웃는 얼굴이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지?
아쯔시 : 에? 어떻게? 가 아니라, 기분 나쁘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앗.
나카가와 : 웃는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나는. 뭐, 맛있다고 생각해서 먹는 거야. 진짜라구.
아쯔시 :그렇지만...
나카가와 : 너무 파고들으려고 하지마.
(문 열리는 소리)
토라지로 : 짜안~ 모리타 주류점입니다.
아쯔시 : 어떻게 된거야? 토라지로. 이쪽으로 들어오다니 별일이네.
토라지로 : 이야~ 미안미안, 잠깐,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지 알 수 없는 훌류~~ㅇ한 와인을 부탁하신 손님이 신경쓰여서 말야.
나카가와 : 자네가 들여오는 건가, 이 와인?
토라지로 : 바로 그렇습니다.
나카가와 : 그거 참 감격이군. 얘기론 들어봤지만, 손에 들어오지 않는 와인의 이름을 나열해 본건데. 다음엔 코로리의 가내용 퍼스트 빈티지를 부탁하지.
토라지로 : @%#@&$*%(^)*&)$%$*&%^(^(#%!%$@#&@$^$*
나카가와 : 응? 자네 어디서 만났던 적 없나?
토라지로: #$&$#&... 응? 나 말이에요?
나카가와 : 어딘가 본 기억이... 하긴 매일같이 여기 오니까, 어디선가 봤던가... 영수증은 내일 줘. 잘 먹었어.
(문닫는 소리)
토라지로 : 어쩌면 저렇게 기타센쥬에 어울리지 않는 자식이냐. 타이는 안 했지만 수트같은 거나 입고. 사장이냐??
아쯔시 : 너와 나의 발상 수준이 같다는 거네. ㅡ.ㅡ;;; 기타센쥬 사람이 아니라, 전차로 다른 곳에서 오는거 같아.
토라지로 : 전차타고 일부러? 하아, 그거 틀림없어. 거기다 악식(惡食)이라구. 희멀건 하고 평범한 너도, 육체파의 비보인 나도, 아아~ 한데 모아서 전부 먹어버릴 셈이다.
아쯔시 : 뭐가 비보냐!! 악식은 어쟀든, 절실한 문제로 나카가와 상이 그럴 셈이라면...
어제도 말했지만 이 가게, 나카가와 상이 지불하는 돈으로 유지하는거야. 그렇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가... 하아, 내 평범한 몸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그렇다고 냉큼 말해주지 않으려나?
토라지로 : 아쯔시!
이제 그만해도 되는거 아냐? 빚이 남기 전에 말이야.
아쯔시 : 실은....벌써... 돈이 부족해서...
토라지로 : 지금 닫아버려! 당장 닫아버려!
아쯔시 : 그래서 돈을 빌렸어.
토라지로 : 누구한테?
아쯔시 : 상속세를 내려고 은행에서 이미 돈을 빌렸거든. 그래서 은행은 도산을 의심해서 돈을 빌려주지 않더라구. 다음엔 기계대금업 말이야. 사람이 없다고 하는 그.... ..기계도 야박해서 말이야. 그랬더니 어느 날 갑자기 친절한 사람으로부터 "우리라면 3주 이내에 이자 없이 돈 빌려줄 수 있어"라고 편지가.....
토라지로 : 친절한 사람이라니 설마....
아쯔시 : 역 앞의 "생글생글" 루비론~
토라지로 : "생글생글".... 어째서 한 마디도 상담하지 않은거야?
아쯔시 : 돈 얘기를 해봤자 곤란하잖아? 그 날 어떻게든 100만엔이 필요했단 말이야.
토라지로 : <100만 빌렸으면 200만을 내놔!>. 그게 "생글생글" 루비론이라고!!
아쯔시 : 뭐야, 넌 알고 있었구나. 역시 상담했으면 좋았구나. 이젠 늦어버렸어. 변제기한이 오늘까지였고. 거기다 이자도 엄청나게 붙어버렸어. 의심스런 편지는 읽지 말고 먹어버려야 했는데. 아아, 나카가와 상이 그렇다고 말 해준다면~
토라지로 : 그런 농담 하지마! 언제까지나 이 가게 할 의리같은거 어디에도 없잖아. 이거 말고도 하고 싶은 일 너한테도 있을꺼 아냐.
아쯔시 : 별로 그런 것도 없고 말이야. 그렇지만... 그렇구나, 요리 말고 다른 걸 생각해 보는 것도 꽤 즐겁네.
뭘 할까나~ 이 가게 닫으면. 뭐 하는거야, 괜찮아, 도와주지 않아도. 주방에 가 있어, 파스타라도 만들어 줄테니까.
토라지로 : 아저씨가 고생해가며 가게 하는 모습 항상 봐왔으니까.
아쯔시 : 토라지로.....
토라지로 : 간단히 닫고 싶지 않지?
아쯔시: ..............................응.
(사실을 말하면 약간은 복잡한 한 가지 이유가, 가게를 계속 열었던 이유가 있다. 하지만 토라지로가 말하는 것처럼 내가 가게를 닫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이 가게가 아버지의 전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타마치의 작은 리스토란테를, 맛 만으로 30년 해왔다. 불평,불만없이 아버지와 함께 가게에서 일했던 종업원들과 30년동안 변하지 않는 단골들. 아이였던 내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버지의 "재산"처럼 보였다. 아버질 존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리스토란테 야나세>의 이름을 내가 땅에 떨어트리고 있다. 이대로 가게를 계속하는건 의미가 없다. 그만두는게 나아)
(나카가와 : 뭐, 맛있다고 생각해서 먹고 있어. 정말이야)
아버지라면 한 사람이라도 손님이 있는 한 계속 하겠지? 정말로 한 사람이지만 말야.
토라지로 : 아쯔시......... 에잇, 아잣!!!!
아쯔시 : 하하하하하. 괜찮아, 괜찮아. 고마워...
토라지로 : 뭐가 말야!! 나 카레 먹고 싶어.
아쯔시 : 일단 이탈리아 음식점이라고.
토라지로 : 언제나 해주는 그거;;;;
아쯔시 : 나폴리탄 말이지. 너 정말 질리지도 않는구나.
토라지로 : 좋단 말이야..
참고 단어 : 악식(惡食)
일부러 이상한 음식, 맛없는 음식, 남들 안 먹는 음식을 골라먹는 취미,
혹은 그런 취미를 가진 사람.
.... 우리말로 바꾸려니 맞는 단어가 없었음.
여기서는 아쯔시의 맛없는 요리를 먹는다던가,
아쯔시를 노리고 있는 이상한 취미~ 두 개에 같이 쓰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