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쯔시 : ( 사채꾼을 때리고 부상을 입은 나카가와 상을 위해, 옆의 편의점에서 소독약과 붕대를 사왔다. 이런 걸 마는대도 서투른 나는 역시 요리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실감할 수밖에 없다)
(라이터 소리, 술 따르는 소리)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어질러진 가게에서 잘도 와인을 마실 기분이 드는 군요. 그것도 이런 대낮부터. 좋지 않아요, 다쳤는데.
나카가와 : 술로 아픔을 가라앉히는 거야.
아쯔시 : 이렇게 연약하면서 왜 사람을 때린거에요? 그 정도로 말을 잘하면 사람을 때릴 필요가 없잖아요.
나카가와 : 연약이라니.. 꽤 하는군. 녀석이 너무 즐겁게 날뛰니까 조금 때려보고 싶었던 거야. 별로 즐거운 것도 아니네. 정말이지, 사람을 때려본건 태어나서 처음이야.
아쯔시 : 아하하, 그런 가요? ...... 아아, 정말이다. 뭔가요, 이 규방의 아가씨 같은 손은. 다 큰 어른이,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의 손이네요, 이거.
나카가와 : 꽤나 심하게 말하는군. 손이 예쁘게 타고난 거면 어떻할꺼야?
아쯔시 : 그런가요?
나카가와 : 거짓말이야. 규방의 아가씨들마냥 피아노를 배웠어.
아쯔시 : 아하, 그것도 거짓말인가요?
나카가와 : 왜 그렇게 생각해?
아쯔시 : 뭐가 진짜고 뭐가 거짓말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그래도 피아노....라는 느낌은.....
나카가와 : 하하하하, 그 말대로지만, 어머니가 피아니스트라서. 그렇지만 도중에 포기했어.
아쯔시 : 피아니스트가 되는 걸 말인가요?
나카가와 : 내가 아니라 우리 어머니가 포기한거야. 아무래도 좋은 옛날 이야기다. 신문 줘. 점심 탓에 "코시엔"을 절반 밖에 볼 수 없어.
아쯔시 : TV가 보고 싶었던 건 "코시엔 " 때문인가요? 야구팬으로도 안 보이는데요.
나카가와 : 하루하루를 혼자서 깨끗하게 보내는대는 야구를 신경쓰는게 최고야.
아쯔시 : 아....... 나카가와 상. 정말로 매일매일을 그냥 때우며 사시는 건 아니겠죠?
나카가와 : 경마로 보내는 거보단 낫잖아? 야구는 첫사랑의 미소녀 같은 거라서 말이야.
아쯔시 : 에에?
나카가와 : 어렸을 적에 금지당했어. 손가락을 다치면 어쩌냐구. 야구도, 축구도, 배구도, 농구도. 별로 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동급생들은 일요일엔 모두 운동장이야. 곁눈질로 보는 건 재미없어. 특히 함성은 말이지.. 잠시동안은 멀리했지만, 이젠 다 큰 어른이라서 말이야, 가까이에서 듣고 싶어졌어. 고교야구는 재미있어. 예선부터 보고 있지. 꼬마들이 울었다 소리쳤다, 좋은 술안주다.
아쯔시 : 괴로운 어린시절의 이야기처럼도 들리지만, 왠지 전부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없네요.
아, 토라지로를 본 적 있는 것 같다고 하셨죠?
나카가와 : 토라지로? 아아, 술집 청년 말이지, 체격 좋고 건강해 보이는.
아쯔시 : 토라지로는 고교야구 도대회 결승까지 간 4번 타자에요. 도립 기타센쥬 공업고교의 모리타 토라지로. 벌써 4년 전의 이야기지만.
나카가와 : 키타센쥬 고교. 아아~ 그 훌륭한 파울을 연발했던.
아쯔시 : 아하, 그래요, 그게 바로 토라지로에요.
(문 여는 소리)
아쯔시 : 아아, 벌써 돌아왔다.
마쯔다 : 어이 이 자식, 이 카드 못 쓰잖아!
나카가와 : 일처리가 빠르군.
아쯔시 : 그만하세요.
마쯔다 : 꼬마는 가만히 있어. 사람을 우습게 보고.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몸 하나만 오라구.
나카가와 : 내 장기 따위 쓸모가 없어. 쉴 틈 없이 간을 혹사시키고 있고, 하루에 두 끼씩 이탈리아 요리를 먹고 말야.
아쯔시 : 그러고보니 전부터 걱정하고 있었는데요. 엄청나게 몸에 안 좋아요.
나카가와 : 조금만 올리브 오일을 줄여줘.
아쯔시 : 그렇네요. 따뜻한 야채라던가 스프라던가.
마쯔다 : 깨끗하게 되기 전에 뱃속이 텅 빌꺼야.
나카가와 : 변호사에게 상담했다. 뒤로 손길이 미치는 건 그쪽이야. 그 이자율을 불법이야.
마쯔다 : 그런 거에 쫄아서 생글생글 웃을 수 있을 것 같아. 소송이 열릴 때쯤에는 소송할 수 없게 되있을 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