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파울로 코엘료
역자 최정수
역음 문학동네
이미지 출처 Yes24
평점 ★★
출간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기까지 1년이상이 걸렸다고 하는 "연금술사'입니다. 이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서부터 책이 좋기만 하면 언.젠.가.는. 독자로부터 제대로된 평가를 받는다 라고 하는 참으로 당연한 이야기가 한국 출판계에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참으로 씁쓸한 한국 출판계 OTL )
제겐 한가지 병이 있는데, 바로 "베스트 셀러 불감증"이라고 해야할까요, 아니면 "베스트셀러 둔감증"이라고 해야할까요? 교보나 Y를 포함한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책들은 묘하게 안 땡겨요. ... 랄까, 읽어도 반응이 안와요. 묘~ 하게 제 취향을 비껴간다고 해야하나요? 이 책도, 출간되고, 베스트 셀러가 되고, 그리고도 한참을 지나서 구입은 하긴 했는데 읽어~ 말어?를 망설이다 겨우 손에 들었으니.
전 심심한 영화는 좋아합니다. 뻔한 이야기를 기복없이 얘기해주는 영화가 취향이에요. 빠바방! 이러면서 다 때려부수는 영화도 좋아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웃겨주는 영화도 좋지만, 기복없이 잔잔히 흘러나오는 그런 영화가 역시 가장 좋아요. 그래서 지브리 애니메이션도 미야자키 감독의 영화보다는 "바다가 들린다"나 "귀를 기울이면"같은 쪽이 취향이에요. 주변에서 다들 재미없었다고 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혼자서 엉엉 울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그렇지만, ... 심심한 책은 정말 싫어요. 기복없는 책은 읽기 힘들어요. 기승전결이 확실히 있어주는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처음과 중간과 끝이 똑같은 느낌을 주는 책은, 실용서나 지침서만큼이나 싫어합니다(참고로 제가 아~주 싫어하는 책은 xxx 해아할 몇 가지.. 라던가, 누가 내 xx를.. 같은 책들입니다).
이 책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 그 모호한 비유들을 주제만큼이나 모호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아니, 주제는 명확할지 모르나 두리뭉실한 표현 덕분에 내가 무슨 이야기를 읽고 있는건지 참 막막하더라구요. 아름다운 언어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제 가슴을 확 뚤어주지 않는 이상, 제겐 그저 단순한 언어의 나열일 뿐입니다. .... 데미안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의 모호함, 절망감이 지금 제 가슴을 후려치고 있어요. "어째서? 왜?" 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고 있습니다.
물론, 책 자체는 참 재미있었습니다. 양치기의 여정, 연금술사의 의미, 자아의 신화. 그리고 이것들을 둘러싼 비밀스런 언어와 기호들. 그 신비러운 울림들.
....그렇지만, "자아의 신화"를 찾는 여정 중에 있는 저 개인에게, 용기도, 의지도 불러넣어주지 않는군요. 그건 제가 아마 이 책에 나오는 연금술사나 양치기와는 달리, 꿈은 가슴에 접고 안주해버린, 크리스탈 가게 주인이나 팝콘 장수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덕분에 역시 베스트 셀러는 안 맞아! 라는 걸 온몸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민입니다. 같은 작가분의 다른 책에 도전해서 강한 역풍을 맞아 볼 것인가, 아니면 그냥 다른 걸 찾아볼까 하구요. 덧붙여 앞으로의 주문도 고민스럽네요. 지금 "시간여행자의 아내"를 구입해볼까 하고 있거든요. 절절한 사랑이야기라고 하고, 또 설정 자체가 제 마음에 쏙 들긴 하는데 어떨지.
그전에 무라카미 하루키 상의 작품을 읽어보려 하는데 이것 역시 교보에 작가분의 별도 코너가 있을 정도의 인기작품. 과연 제게 맞을지 OTL.
너무 라이트 노벨을 읽은 탓에 머리가 녹슨 걸까요? 아니면 감정이 메마른 걸까요? 책! 책! 책! 책이 고파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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