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CD/BL] 열린 문으로 실례합니다

띵.. 2005. 3. 22. 14:46
(2003.11.23. 블로그인 작성 포스트) 

>> 출연
오키아유 료타로, 이노우에 카즈히코, 모리카와 토시유키, 스즈무라 켄이치, 코니시 카즈유키, 타치기 후미히코 등등

>> 원작은 야마다 유기.
전작으론 "최후의 문을 닫아라"

>> 완벽한 성우진과 더불어 좋은 원작으로 인해 꽤나 무난하고 좋은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연 성우 두 분에 대해 잠시 떠들어 보면,
우선은 오키아유상. 언제나 친근함을 담아서 오키상이라고 부르는 이 분은 첫 작품이 엘하자드였다는 이유도 있고 해서 강하거나 약간은 느끼한 캐릭 전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많이 맡고 계시구요.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선 무척이나 고운 목소리를 가지고 계시기도 합니다. 그분 목소리 예뻐요! 라는 지인의 말에 반발하며 "아냐"를 연발하던 제가 무너진 것은 "후지미 2번가 교향악단". 이 후지미에서 모리무라 유우키라는 섬세하면서도 약간은 신경질적인 캐릭터를 그렇게 멋지게 해내실꺼라고 생각 못했습니다(이 점은 호시상의 모리무라를 듣고 더더욱 확신했습니다). 섬세하지만 가늘지 않고, 예쁘지만 힘이 있어서 지금은 "후르츠 바스켓"에서의 "시구레"역만큼이나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비슷한 느낌이 드는 캐릭터는 "나의 지구"에서의 "잇세이"군쯤? 하지만 잇세이군은 여리다는 느낌이 드네요.
"열린 문"에서 오키상이 맡은 장남 캐릭터는 섬세하고 귀엽지만 왕고집입니다. 일에서나 생활면에서나 완벽에 가깝습니다만 한번 수가 틀리면 꺾을 수 없는 고집 탓에 꽤나 주변을 애먹입니다. 그러고선 자신은 땅파고 드러누워버리죠 ^^;; 후지미의 모리짱도 이 유사한 캐릭터 입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의 차인지, 들은 시기가 달라서 귀가 반응을 달리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유사 캐릭터임에도 이 시디에서의 오키상은 "후지미"를 들었을 때만큼 제게 "충격"이나 "기쁨"을 주진 못한 거 같습니다. 모리짱 목소리에선 청량감을 느꼈거든요. 여기선 왠지 그런 느낌이 좀 빠진 느낌. 덧붙여 히스테릭한 모리짱은 고함치는게 매력이었기에 소리지를 줄 모르는 "쇼이치"는 약간 힘이 빠진 느낌이었습니다.
다음은 이노상. 역시 연륜과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건가봅니다. 때때로 이건 아니다 싶은 캐스팅에도 거부감 없이 녹아드는 이 분을 볼 때마다 경탄하게 됩니다. 연기라곤 하나 동생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실 줄은 몰랐어요. 최근 "타치바나노 토모마사"라는 게임 캐릭터 이후 난파쪽이라던가 아니면 아주 막나가는 변태쪽만 하셔서 말이죠. 맡는 캐릭터가 고정되어 연기력이 아깝게 느껴지는데요, 이번 캐릭터는 순정적고 따뜻한 "머슴" 캐릭터라 조금은 안도했습니다. 너무 귀여웠어요 >.< (물론 이런 말하면 실례겠지만) 다만, 하야미상도 그렇고 좀더 소리치고 발버둥치는 캐릭터를 연기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런건 왠지 세.키.상.들. 전문이란 생각도 들지만요. 단순한 열혈같은 거 말로 가슴 깊은 곳에서 마구 끌어오르는, 그런 발버둥 치는 연기도 조금은 들어보고 싶어요.

>>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사랑하는 의붓동생을 잃어야 했던 장남의 10년 삽질기. 여러 사건이 발생해서 정신없는 "최후의 문"에 비해 꽤 간결하고 여운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대사보다도 주인공의 모놀로그가 주를 이루고 있구요. 담담하게 시작하는 오키상의 모놀로그-특히 그 "괜찮아. 괜찮아"라는 대사는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주인공의 부단한 노력이 보이는 거 같아서 웃으면 안되는데도 "핏"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이럴 때의 오키상은 꽤 귀엽거든요.
너무나 간단히 10년을 메워버린 두 사람의 얘기는 조금 억지스럽긴 합니다. 순정만화를 보면서도 "뭐가 사랑이 전부 해결해야!! 뭐갓!!" 하고 화를 내버리는 성격이라, 약간은 실망했습니다만 원작을 읽고 나선 왠지 납득해 버렸달까... 원작의 페이지 페이지에 숨어있는 여백과 여운에 결국 취해버렸습니다. 물론 오키상의 모놀로그가 여운을 주고 있지만 주요 장면에 삽입된 그 엄한 여인의 신음소리와 팅팅거리는 경박스런 기타소리는... ㅡ.ㅡ++ 왜 이런 BGM은 시디 전체의 이미지를 다운 시켜버렸습니다. (BGM 제발 바꿔줬으면)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한 곳에 매달려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도 결국 그것들을 지켜가면서 새로운 행복을 찾아내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드는군요.

>> 원작을 읽기 전에 받는 시디 감상은 별 ★★★☆ 역시 전 "최후의 문"쪽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원작쪽은 두 작품다 좋아하지만요. "최후의 문"에서의 그 여유있는 척 하는 혼다가의 삼남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거든요.

(+) 제목창은 일본식 한자가 안되는건가요? 한 시간동안 글이 안 올라가서 쩔쩔 맸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