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삽질인생

동생군 결국 휴학때리다;;;

띵.. 2005. 3. 21. 13:55
복학한지 이주만에 휴학한 셈이 됐습니다. 등록금도 1/6은 날리게 된다고 하네요.

휴가나와서 복학 처리하자마자 밤세워 공부만 해댄 녀석인데, 몇번의 시험결과가 최악이었는지,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며 두손 두발 다 들어버렸어요.
오늘 아침 식탁의 분위기는 그리하여 최악이었답니다. 아부지는 그래도 꽤 기대하고 있던 아들의 패배선언에 실망한 눈치고, 어무이는 겨우 그런 일로 중간에 포기한다고, 그깟걸로 포기하는 정신상태를 가지고 어떻게 세상살아갈꺼냐며, 실망했다라는 말을 다다다다 쏟아부으시더라구요. 동생은 "공대 공부는 앞부분을 모르면 뒤는 공부할 수도 없어요"라고 말하고, 그런대도 어른들은 가을에 졸업하면 취직하기는 또 얼마나 힘든 줄 아냐시며 말씀하시고. 하긴 그렇긴 하죠. 역시 겨울에 졸업하는 편이 여러모로 유리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말이죠. 정말로 화가 났어요. 결국에 참지 못하고 빽! 하고 소리질러 버렸습니다.
"공대공부가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한 학기동안 손가락 두께만한 책을 몇 개나 본다구요. 2년이나 쉬었어요! 그걸 따라잡는게 얼마나 힘든줄 아세요? 되는 걸 안된다고 하겠냐구요"

,,,,,,,,,,,,,,,,,,아침 식탁 분위기 정말 싸~했습니다.

고입 준비하면서부터 쉬지 않고 공부한 녀석이에요. 항상 영어단어장 놓지 않고 공부해왔던 녀석이고. 군대가서도 복학준비 하겠다고 전공서적 부쳐달라고 해서, "쳇! 대단하십니다"라고 비꼬기도 했고. 밤새워 공부하던 모습에, 새카맣게 되어버린 토익책에 엉엉 울어버린게 얼마전인데, ...공부도 쉬운 일은 아니군요(먼눈)
사실 저렇게 화낸건 동생을 위해서나 동생 맘을 생각해선 아닌 것 같아요. 솔직히 동생 녀석 약간 완벽주의 기질이 있어서, 성적이 맘먹은대로 안나오니까 먼저 때려치고 다음 학기 준비한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거든요. 그런대도 울컥! 해서는 어른들에게 화풀이를 하고 말았네요.
날 위해서였어요. 저렇게 해도 안되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절망감이 들어서, 어른들의 비난소리가 나한테 하는 것처럼 들렸거든요. "나도 할 수 있는데 포기한 건 아니었다구요!!"라고 강하게 말해보고 싶었달까. 하긴, 저의 경우는 노력도 안해보고 였지만요.

그래서 오늘은 기분이 좀 우울해요. 열심히 살아보자 했지만, 역시 체력저하는 어쩔 수 없는건지 일만으로도 지치고, 거기다 집중력도 많이 떨어져서 다짐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꾀를 피우고 있어요. 가뜩이나 머리도 굳어버려서 방금 본 걸 잊어버리는데 ;;;;

지난 번에도 동생 덕에 각오를 다졌는데, 오늘도 동생덕에 각오를 다지게 되는군요. 머리도 굳었고, 다시 학교 다닐 경제력도 없지만, 그래도 다시 해보렵니다. 공부는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그리고 자신의 느린 발걸음을 지겨워 하지 않고 버텨낼 뚝심과 끈기만 있다면 해낼 수 있을 꺼에요. 아직까지 이런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건 내가 젊다라는 증명이겠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예전에 학교 다닐때 복학생 아저씨들은 왜 저렇게 말도 안되는 질문만, 엉뚱한 것만 찝어서 파고들며 해대는 걸까? 젠장 덕분에 수업시간만 늘고, 정신만 없고, 교수님도 지겨워 하잖아.. 라고 생각해버렸는데, 정말 지금이라도 미안했습니다. 정말 죄송해요라고 사과하고 싶어요. 그분들도 필사적이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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