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라고 해야하는 걸까요? 히딩크 감독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요. 경기 전체를 통털어 10분을 남겨두고 호주가 연이어 3골을 터트리며 승리했습니다.
은근슬쩍 호주를 응원했습니다만, 이렇게 되니까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멕시코와 잘 버티다 결국 3 :1로 패한 이란. 10분만 버텼으면 이겼을텐데 그걸 못 버티고 역시나 3 :1로 패배한 일본. 두 팀 다 아시아 축구의 기둥인데 말이죠. 이 정도로 아시아 축구 레벨이 낮았나 싶고, 또 우리나라가 저렇게 되면 하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전 본래 축구라는 경기에 관심이 없어서, 지난번 베이스볼 클래식은 정말 목숨걸고 봤습니다만, 이렇게 막 부푼 월드컵 열기가 솔직히 짜증이 납니다. 축구가 뭔데? 라는 생각도 들고, 빨간 옷을 입고 날뛰는 응원단 중에 K 리그를 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물어보고도 싶고. 자국 리그는 무시하면서 국제경기만 됐다하면 막 불을 뿜는 그 열기가 사실 버겁습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축구 강국이었다고, 당연하다는 듯 16강을 논하는 것도 매우 싫어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월드컵 원정경기에서 승리한 경기가 단 한번도 없는데도 아직도 지금이 2002년인 줄 알면서 선수들을 압박하는 이 분위기도 싫습니다.
...... 하지만, 그래도 한국 축구가 조금은 세계 레벨에 가까워지길 바래요. 나라가 많은대도 출전권이 많이 주어지지 않는 우리 아시아. 그동안 아시아 차별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출전티켓을 놓고 유럽과 중남미가 아시아를 차별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지난 이란과 이번 일본 경기를 보면서 오히려 아시아의 티켓 수를 가지고 유럽이나 중남미에서 불만을 가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굉장히 강한 나라들이 유럽리그에서 패배해서 월드컵 근처에도 못 갔을텐데. 저렇게 쉽게, 맥없이 무너져버리다니. 그걸 보면서 얼마나 속터지겠어요. 차라리 우리가!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있겠어요.
적어도 내일 보여줄 우리나라 경기는 강하고 힘차고, 끈질긴. 질기고 질겨서 잡초같이 버틴, 우리들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모습이 2002년에 기적을 만들었을테니까요. 오늘은 응원한 팀이 이겼는데도 기분이 참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