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대한 감상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딱 이겁니다. 속았다. 네, 속아도 감쪽같이 속았습니다. 밤새 공포로 부들부들 떤 제 자신이 너무 불쌍할 정도로, 허무합니다. ㅜ.ㅠ 정말 잘 짜여진 한편의 사기극 ㅠ.ㅜ b
<망량의 상자> 이후 처음으로 미친듯이 책을 탐독했다는 느낌입니다. 뒤를 줘~ 뒤를 줘~ 라며 몸부림치며, 고질병 중 하나인 뒷장 살짝 보기 스킬도 발휘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읽었습니다. 무진장 재밌어요.
읽고나서 kuroneko 님의 감상글을 읽고나니 싸악 정리가 되는 느낌입니다. neko 님 멋진 감상글 >.< 고맙습니다.
neko님 말씀대로 절대 내용 얘기 없이 넘어갈 수 없는 책이므로;;
이 책은 추리물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다른 추리물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찾는 것은 죽은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왜 우리가 끌려왔는가? 전 범인 찾기가 성공한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언제나 집어내는 범인들은 전부 꽝이었죠. 그래서 고른 것이 절대 자살따위 할 것 같지 않은 T군과 어쩌면, 이라는 생각에 H 군을 찝었는데 설마 맞았을 줄이야. 왠지 이상했거든요. 저렇게들 사이가 좋은데 어째서 이런 곳에 전부를 데려온 것일까 하고. 왜 이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 하고. 이렇게 따지면 저도 역시 반만 맞은 셈이 되는건가요? ^^;;
손안의책 블로그에서 보길 꽤나 미움받는 캐릭터가 있다고 들었는데 솔직히 저는 그게 R 군 인줄 알았어요. 왜냐면 1인칭으로 자기 이름쓰는 캐릭터 저 무진장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그게 누구지? 라고 생각했는데 neko 님 글을 읽고서야 겨우 깨달았습니다. 전 이런 거에 은근히 무딘가봐요.
사실 여기에 나오는 여자아이들의 싸움같은거 학교 다니면서 꽤나 겪은 일이기도 해요. 그냥 구경만 하는 입장인 적도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도 있고, 가해자가 되기도 피해자가 되기도 해봤죠. 솔직히 이런 일에는 가해자, 피해자랄것도 없지만요. "나랑 친하면 피해자, 나랑 안 친하면 가해자"라는 결론이 나기도 쉽구요. 완전히 3자면 모를까, 누군가 한 사람이 나의 친구라면, 나와 가까운 사람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주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전 M 군이 그다지 밉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때 (서술자들의 입장을 강요당한 탓이기도 하지만) H 군이 확실히 가해자였으니까요. 노력해도 안되는 공부, 좋아하는 남학생. 손에 넣을 수 없다고 해서 손에 넣은 사람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덕분에 H 군의 입장이 어려워졌죠. 한마디로 자기 무덤을 팠달까. 가해자지만 피해자가 된 셈이라고 해야하나. neko 님 말씀대로 학교 내 권력자들을 자신을 경멸했고, 성적은 성적대로 안 오르고, 그리고 제 경험에 비추어 H 군은 분명 M 군을 많이 좋아했을 꺼에요.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분노를 표출한다는 거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자신은 피해잔데, 이 사건으로 너무 많은 걸 잃었는데. 절망, 분노, 여기에 피해자 가해자 역전, 어쩌면 M 군에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시험해보려는 목숨을 건 도전 같은 건지도 모르겠네요. neko 님이 결국 필요한 건 S와 T 였냐? 라고 하셨는데, 마음의 비중이 순서를 결정한다는 말, 너무 가슴 아프네요. A 군은 M 군 한테 그럼 겨우 그정도 였단 말인가요. 저도 A 군이 꽤 맘에 들었는데요. 그가 그렇게 사라져 버렸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헉 그러고보니 M 군, 그때 그런 말을 했지요? "내가 A 한테 그럴리 없다"... 생각해보니 가증스럽군요 ㅡ.ㅡ+
읽는 내내 심장 졸이고 섬뜩해서 정말 무서웠습니다. 실은 어제 새벽 3시쯤 2권을 읽고 3권을 마저 읽어 말어? 고민하다가 그냥 곱게 자기로 결정했거든요.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서는데 등 뒤가 어찌나 싸하던지. <악령이 깃든 집>의 코소리 이후 가장 강렬한 공포체험이었습니다. ㅠ.ㅜ
정말로 다시 읽어봐야 할 책인거 같습니다. <교고쿠도 시리즈> 이후, 이렇게 절 사기 친 책이 또 있나 싶습니다. 아주 된통 걸렸어요 ^^;; 그나저나 <손안의책> 정말 너무한 출판사입니다. 한번 읽은 걸로는 어림도 없는 책들만 찍어내다니. <교고쿠도 시리즈>도 그렇지만 이 책도 그리 만만한 두께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
생각난 김에 오늘은 <차가운 학교>를 마저 읽고, 내일은 <우부메>를 다시 읽어봐야 겟습니다. 이렇게 멋진 책을 내 주셔서 <손안의책>여러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광골>은 언제? (^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