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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설] 실마릴리온

띵.. 2005. 2. 5. 09:41

저자 J.R.R 톨킨
역자 김보원
일러스트 테드 네이스미스
출판사 씨앗을뿌리는사람(페이퍼하우스) (양장)
평점 ★★★★★
(이미지 출처 Yes24)

드디어 톨킨이 만들어낸 중간대륙 이야기를 다 읽어냈습니다. 가장 나중에 쓰여졌으면서 가장 처음의 이야기를 담은 책. <반지의 제왕>에서 그냥 짧게 짧게 지나갔던 고대 엘프들의 이야기와 누메노르인들의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같은 톨킨의 책이지만, 서술방식이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마치 같은 <호메로스>작-진짜인지 아닌지 알길은 없습니다만 어쨌든-인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만큼이나 다릅니다. <호빗>과 <반지의 제왕>이 마치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이야기책"같다면 이 <실마릴리온>은 역사책같다는 느낌입니다. 꼭 우리의 세계사나 국사 교과서나, 어릴 적 한번쯤 읽어본 듯한 약간은 두꺼운 "이야기 한국사"같은 류의 책 말입니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이 아름다운 단어들을 통해 묘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면, <실마릴리온>은 설명조의 서사문같습니다.
상당히 딱딱한 느낌의 문장입니다만, 무척 재미있습니다. 밤새워 읽었을 정도니까요 ^^;;; 읽으면서 <반지의 제왕> 시절 항상 궁금하게 여겼던 마법사들은 어디서 솟아난거냐?라는 질문과 사우론은 도대체 왜 악인이 된거냐?라는 질문에 답을 얻었습니다. 훗, 뭐랄까요. 잘난 척 하며 나대던 사우론에게도 남 밑에서 쫄따구 노릇하던 때가 있더라구요. 왠지 반지의 제.왕. 답지 않은 모습인거 같아 조금 웃겼습니다. 덤으로 발로그와 실롭에 대해서도 알게 됐구요. 이 녀석들 엘프들 만큼이나 오래된 족속들이더라구요.

덧붙여 엘프라는 종족에 대한 많은 환상-순수하고, 아름답고, 지혜로우며, 평화를 사랑하고, 욕심없고, 사랑이 넘치는 종족이라는.... 그런 환상도 꽤 많이 박살났습니다. 적어도 엘프중 한 부류인 놀도르는 그들의 과격한 열정과 욕심을 제어하지 못해서 제 1시대의 많은 혼란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덧붙여 <실마릴리온> 덕분에 갈라드리엘의 순수함과 동시에 요사스럽고, 어린 것 같으면서도 나이 든, 모순된 것들을 공유하게 된 이유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녀가 요정들로부터 여왕이라 떠받들어지며 존중받는 이유도요. 그녀는 신인 발라들을 배신하고 (반지전쟁 이후 엘프들이 회색항구를 통해 들어간 그) 서쪽땅을 나와 중간대륙으로 왔던 놀도르 세력의 지도자중 하나더군요. 제 1시대의 (사우론을 꼬셔 악을 만들고 부하로 부려먹은) 모르고드와 중간대륙 엘프들과의 오랜 전쟁속에서 신들의 땅을 밟아봤던 놀도르 지도자들의 유일한 생존자가 되어, 제 3시대의 종말까지 중간대륙에 남게 되는 거죠.

뭐랄까 읽는내내 이건 어디서 봤는데, 이건 어디서 봤는데 하면서 <호빗>과 <반지의 제왕>을 뒤적뒤적 대다보니 ^^;;; 한꺼번에 많은 걸 흡수했단 느낌이 들어서 뿌듯합니다 ^^ 이 세 시리즈를 한꺼번에 보면서 더더욱 소설의 재미와 깊이를 느꼈어요. 정말 하나하나 세세하게 설정해서 써 내려간 작품이랄까요? 신들의 중간대륙 창조에서부터 반지전쟁의 종료까지 어디 하나 어설피 써놓은 부분이 없어요. 정말로 중간대륙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에요. 요즘엔 수없이 많은 판타지들이 쉽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반지의 제왕>을 포함한 톨킨의 작품들은 판타지의 모범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거겠죠.
물론 완벽한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곳곳에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비슷한 걸 느끼곤 하거든요. Y모 인터넷 서점을 뒤적이다 보니 반지의 제왕에 숨겨진 <악>을 찾아낸 책이 있더군요. 철학사조 등을 통해 책을 분석해서 이 책 안에 숨겨진 봉건적? 구세대적 발상들을 찾는.. 유색인종 차별이라던가, 계급차별같은 거 말이죠. 뭐 톨킨씨도 작가이니, 자신의 생각들이 책에 안 들어갈리 없고, 그러다보니 보수적 성향이 강한 "영국인"으로서의 톨킨씨 사고가 이 시리즈에 안 들어있을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을 포함해서도 이 책은 정말 몇번이고 다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아요. 비록 번역서로 읽고 있습니다만(전 "씨앗을 뿌리는 사람"에서 나온 양장본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에 사용된 언어들은 정말 쉽게 만나기 힘들만큼 예쁜 말들이에요. 영어가 서툴러 원서를 보지 못하는 것이 한이 될만큼. 거기다 내용 역시 최근에 만나보기 힘들만큼 아름답고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책을 역시 명작이라고 부르는 거겠죠

이왕 얘기 한 김에 번역서 얘기도 좀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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