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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해리포터 3 아즈카반의 죄수

띵.. 2004. 9. 20. 03:50
(2004. 07. 21 작성한 포스트)

9시 20분 조조를 (것도 메가박스까지 가서!!) 보고 왔기 때문에 무진장 피곤하다, 따라서 대충대충의 감상글이 될 예정

우선 소설과 상당히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그동안 1, 2편에서 볼거리를 선사했던 퀴디치 장면이 대거 삭제됐다는 점. 경기 중 디멘터의 공격을 받아 해리가 위에서 떨어진 장면 외엔 퀴디치에 관해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또 왠지 설명조였던 1, 2편에 비해서 설명조를 대폭 삭제하고 나름대로 재편성 했다는 점. 따라서 순서도 뒤죽박죽이었다. 결정적인 차이는, 해리포터 1, 2편의 경우 소설의 내용을 전부 몰아넣으려고 애쓴 탓에, (그럼에도 들어가지 못한 자잘한 내용이 전부 삭제되어) 책을 본 사람은 상당히 지루해 할 수 있는 전개였다면, 3편은 안돼는 건 때려치자라고 감독이 결심했는지, 같은 줄기를 가졌지만 그 과정이 상당히 달라져서,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은 전후 사정 파악하기가 꽤 힘들꺼 같아보인다는 점이다-난 소설을 읽은 사람이므로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추축-
그렇지만, 삭제할 장면들의 선택도 꽤 괜찮았고, 재구성방식도 꽤 맘에 들었기 때문에 나로선 1,2편보다는 3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해리포터 시리즈는 극장에서 봐야지~ 할만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시리우스 블랙의 캐스팅이 게리 올드만이 아니었다면 아마 3편은 안봤을 꺼다. 솔직히 1, 2편은 꽤 실망스럽고 지루해서 3편은 볼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말이다.

나를 결국 극장까지 끌고 오고 해리포터 전작의 DVD를 사게 만든 게리 올드만은 .... 의외로 싱거운 연기였다. 뭐랄까 내가 생각한 시리우스 블랙은-물론 5권 덕에 더 악동이미지가 굳혀졌지만- 장난질이 너무 심해서 가끔 용서하기 힘든 일도 벌리는 사람이기에, 조금더 날카롭고 악독한 이미지이길 바랬다. 그런 이미지라면 게리 올드만에겐 너무나 잘 어울리기 때문에 기대가 상당히 컸는데 영화내 설정은 아즈카반에서 12년간 썩어 초췌하다 못해 망가져버린 불쌍하고 가여운 캐릭터였던 모양이다. 시리우스는 정말 너무나 안타까울 정도로 거지 꼴이었다. 12년간 디멘터들에게 시달리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배신자를 처단하려한, 독하면서도 칼처럼 날카로운, 약간은 냉소적인 인물이길 바랬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앞으로 영화화가 계속 된다면 5편쯤에선 그런 시리우스를 볼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거기다가 시리우스가 활약하는 극적인 장면들은 그가 개로 변신중이었을 때라, ... 알맹이는 검정개한테 다 빼앗겼단 느낌. 영화 초반부터 나오는 시리우스의 현상금 포스터가 상당히 걸작(!!!!)이라 영화 중간중간 나올때마다 킥킥 대고 웃어야 했다.
새로 등장한 루핀 교수님 역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잘 어울렸다. 목소리도 상당히 상냥하고 멋진 사람. 그렇지만 연기는 약간 떨어졌다는 느낌. 해리일행과 루핀 + 시리우스의 대치 장면에선 연기력이 상당히 부족해서, 긴장감이 극도로 떨어졌다. 물론 아이들의 연기력이 꽤 많이 부족한 탓에 휩쓸려 망가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상당히 어설펐다. 한 연기하시는 게리 올드만 역시 특유의 광기가 뭉뚝해져서, 약간 광대같은 느낌도...
트랄..어쩌구 하는 점술 교수님은 엠마 톰슨. .... 너무나 환상적이다. 누가 캐스팅 한건지 박수를 백만번 치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활약~ 소설에서 보여준 이미지보다 조금 더 망가지고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런 비판따위 화끈하게 날려줄 수 있을만큼 짧지만 강력하고 멋진 연기였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등장하신 교장선생님. 지난 번 교장선생님에 비해 너무나 활기있고, 건강한 느낌이라... 약간 어색하긴 했지만 목소리가 멋있으므로 ^^;; 뭐랄까 덤블도어하면, 실력은 있으나 (아니 있을꺼라 생각하지만)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약간 정신나간 마법사 정도로 생각했고, 그걸 배우분께서 확실하게 잘 살려주셨는데-물론 자상함이 너무 부각되긴 했지만- 이번 교장선생님은 건강하고 너무 활기차 보였다. ^^;; 뭐 앞으로 멋진 활약 기대합니다.

영어를 싫어하고,영화에 관심없고, 더구나 영어의 억양따위 훗, 하는 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딱딱 끊어지는 영국식 영어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게 된다. 고풍스런 느낌의 성과 각종 소품들. 망토와 빗자루, 깃털펜이 등장하는 우아한 영화의 매력과 함께 왠지 고집스럽게도 들리는 영국식 억양은 해리포터의 환타지성을 더 잘 살려주는 것 같다. 이 점은 특히 "스네이프 교수"가 해리포터 일행을 얄밉게 비꼬며 괴롭힐 때 잘 나타난다. 딱딱 끊기는, 독특한 억양의 영어가 굉장히 격조있게 들려서 더더욱 얄밉달까? 아아, 해리포터 캐릭터들이 미국인이 아니라 고집스럽고, 전통에 매여있는 영국인이라서 다행이다.

아이들은, 확실히 많이 컸다. 변성기의 해리, 훌쩍 커버린 네빌, 깜찍하게 생긴 남자아이에서 완전 미소년이 되어버린 말포이.... 해리가 하나도 귀엽지 않아!! 하고 사진을 보면서 절망하긴 했지만, 어짜피 원작도 11살부터 17살까지 성장해 나가는 해리를 그리고 있으니까 괜찮지 않아? 하고 생각중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실, ..... 해리, 론, 헤르미온느가 너무 커서 교체해야한다면, 말포이와 네빌을 포함한 나머지 캐릭터들도 전부 교체해야 할텐데.... 라는 생각이 떠올라서였다. 솔직히 이제와 걔네들이 크다고 바꾼다 한들, ... ㅡ.ㅡ;;;

쓰다보니 어째 게리 올드만에 대해서 너무 심하게 쓴 거 같다. 뭐, 기대가 워낙 컸으니까. 그렇지만 간만에 게리 올드만을 보게 되서 너무 기쁘고, 그가 변함없이 최고의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쁘고,, 다음 "불의 잔"은 출연이 너무 적으니, ㅡ.ㅡ;;;

여하튼 이번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감독이 바뀐 덕분에 분위기가 꽤 많이 변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의-전작 이상으로 잘 만들어진- 멋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덧>> 전체 관람가라 아이들을 피해서 일산 내가 아닌 시내의, 그것도 조조로 골라서 봤지만 삽질이었던 것 같다. ... 영화 다 끝나고 나오는데 아이들 천지. 다행히 내 뒤쪽에 있던 약간 이상한 아이를 제하면 꽤 괜찮은 아이들이 왔던 모양으로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운이 좋았다, 정말!)
그런데, 동네 극장에도 아이들 천지, 시내에도 아이들 천지, 한낮에도, 조조도 아이들 천지.... 그럼 전체관람가는 도대체 어서 봐야하는거냣?? (울고 싶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