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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설] 솔로몬의 위증(전3권)

띵.. 2013. 12. 11. 00:09

 


솔로몬의 위증. 1: 사건

저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6-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학교라는 성역의 이면을 파헤치려는 노력이 시작된다!『모방범』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개인적으론 3권 표지가 제일 맘에 들지만 이걸로 했음.

1권은 전개가 무척이나 빨랐지만, 어처구니 없는 일들로 사건이 커져버려서 거기에 분노, 1권 읽고나서 분한 맘을 억제할 수 없어서 읽다가 쉬었고. 힘겹게 2권을 집었는데 2권은 지지부진.... 정말 겨우겨우 2권을 다 읽고나서 지쳐버려 또 쉬기. 그러고 3권을 읽으며 1권을 읽으면서 느꼈던 분한 맘도 진정되고, 2권을 읽으면서 느꼈던 더딘 전개에 대한 분노도 숨고르기였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

14살. 참으로 이기적이며, 세상에서 내가 제일인 듯 착각하는 나이. 그리고 조금씩 나는 그저 평범한, 어쩌면 평범 이하일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약해지는 나이. 매일매일이 "난 특별해"와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뒤틀리는. 가시와기 히로유키(맞나?)의 대사를 보면서 나의 그때를 생각해보니 이 책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조금은 잡힐 듯이 느껴진다. 이 책이 내 사춘기 때 나왔더라면, 솔직히 14살의 내가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뭐, 일본은 만 나이잖아? 등장인물들은 중 3. 17살의 내가, 18살의 내가 읽었다면, 온 몸으로 이 책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읽고 있으면 참 분하다. 모방범을 읽을 때도 그랬다. 아무 죄 없는 등장인물들이 다치고, 상처입고, 죽어야 하는 이유를 난 전혀 납득할 수가 없었다. 특히 가즈아키. 그저 선량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낙인찍혀 죽어버리고 그로 인해 그 가족까지 처첨하게 무너지는 그 이유를, 작가가 그렇게까지 그를 몰아붙인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난 모방범은 한 번 밖에 읽지 못했다. 책 분량의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 아직 그 책을 감당할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읽고 있으면 분하다. 그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탈진하고 만다. 이 책도 그랬다. 그동안 미미 여사의 에도물만 읽느라 잠시 잊었던(그녀의 에도물은 애잔하고 아련하며 때론 귀엽다 ^^;;) 그녀의 본.성.을 정통으로 맞고 감당하기 벅찼달까. 그래도 다행이다. 이 책은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 고의는 없다. 그냥, 어린 치기들이 부딪혀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졌을 뿐. 물론 이것이 현실이라면 사건보다 더 가슴아픈 일이겠지만.

학교는 사회악이란다. 모기가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학교밖에 나와보니, 학교라는 틀이 날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보호해줬다는 사실을 알았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학교는 그랬다. 냉정했지만 따뜻했다. 매일매일이 사건사고로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감정을 부딪히고 폭발시키며 생활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특권인 것 같다. 사회란, 감정이 무뎌져가는, 매일 똑같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곳인 것 같아서. 나의 학교는 그런 곳이었다. 가면 쓰지 않고 살아도, 누군가 나를 받아들여주는 그런 곳. 뉴스에서 나오는 요즘 학교들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나쁜 것이 점점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이들의 세계로 물들어간다. 그런 것은 빨리 배우지 않아도 되는데. 뭐든 남보다 앞서려하는, 빨라야만 하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어른 흉내를 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 같다.

책이 끝났다. 분노가 사라졌다. 이제 무료함이 찾아온다. 다음엔 어떤 책이 날 이렇게 격하게 만들어줄지....가능하면 빨리 그런 책을 만났으면 좋겠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