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론 3권 표지가 제일 맘에 들지만 이걸로 했음.
1권은 전개가 무척이나 빨랐지만, 어처구니 없는 일들로 사건이 커져버려서 거기에 분노, 1권 읽고나서 분한 맘을 억제할 수 없어서 읽다가 쉬었고. 힘겹게 2권을 집었는데 2권은 지지부진.... 정말 겨우겨우 2권을 다 읽고나서 지쳐버려 또 쉬기. 그러고 3권을 읽으며 1권을 읽으면서 느꼈던 분한 맘도 진정되고, 2권을 읽으면서 느꼈던 더딘 전개에 대한 분노도 숨고르기였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
14살. 참으로 이기적이며, 세상에서 내가 제일인 듯 착각하는 나이. 그리고 조금씩 나는 그저 평범한, 어쩌면 평범 이하일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약해지는 나이. 매일매일이 "난 특별해"와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뒤틀리는. 가시와기 히로유키(맞나?)의 대사를 보면서 나의 그때를 생각해보니 이 책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조금은 잡힐 듯이 느껴진다. 이 책이 내 사춘기 때 나왔더라면, 솔직히 14살의 내가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뭐, 일본은 만 나이잖아? 등장인물들은 중 3. 17살의 내가, 18살의 내가 읽었다면, 온 몸으로 이 책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읽고 있으면 참 분하다. 모방범을 읽을 때도 그랬다. 아무 죄 없는 등장인물들이 다치고, 상처입고, 죽어야 하는 이유를 난 전혀 납득할 수가 없었다. 특히 가즈아키. 그저 선량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낙인찍혀 죽어버리고 그로 인해 그 가족까지 처첨하게 무너지는 그 이유를, 작가가 그렇게까지 그를 몰아붙인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난 모방범은 한 번 밖에 읽지 못했다. 책 분량의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 아직 그 책을 감당할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읽고 있으면 분하다. 그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탈진하고 만다. 이 책도 그랬다. 그동안 미미 여사의 에도물만 읽느라 잠시 잊었던(그녀의 에도물은 애잔하고 아련하며 때론 귀엽다 ^^;;) 그녀의 본.성.을 정통으로 맞고 감당하기 벅찼달까. 그래도 다행이다. 이 책은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 고의는 없다. 그냥, 어린 치기들이 부딪혀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졌을 뿐. 물론 이것이 현실이라면 사건보다 더 가슴아픈 일이겠지만.
학교는 사회악이란다. 모기가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학교밖에 나와보니, 학교라는 틀이 날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보호해줬다는 사실을 알았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학교는 그랬다. 냉정했지만 따뜻했다. 매일매일이 사건사고로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감정을 부딪히고 폭발시키며 생활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특권인 것 같다. 사회란, 감정이 무뎌져가는, 매일 똑같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곳인 것 같아서. 나의 학교는 그런 곳이었다. 가면 쓰지 않고 살아도, 누군가 나를 받아들여주는 그런 곳. 뉴스에서 나오는 요즘 학교들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나쁜 것이 점점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이들의 세계로 물들어간다. 그런 것은 빨리 배우지 않아도 되는데. 뭐든 남보다 앞서려하는, 빨라야만 하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어른 흉내를 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 같다.
책이 끝났다. 분노가 사라졌다. 이제 무료함이 찾아온다. 다음엔 어떤 책이 날 이렇게 격하게 만들어줄지....가능하면 빨리 그런 책을 만났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소설] 샴 쌍둥이 미스터리 (0) | 2013.12.26 |
---|---|
[도서/소설] 미국 총 미스터리 (0) | 2013.12.14 |
[도서/소설]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0) | 2013.11.05 |
[도서/소설] 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 (0) | 2013.11.04 |
[도서/소설] 명탐견 마사의 사건일지 (0) | 2013.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