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삽질인생

미니콤포 부활

띵.. 2013. 11. 5. 17:34

오늘은 내 사랑 오디오들을 수리했다. 10년이 되어가는 녀석과 그 뒤를 바싹 추격하는 녀석.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CD를 듣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CD가 좋다. 케이스에서 꺼내어 다시 원래대로 놓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좋고, 또르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마구 굴러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은 소리를 뿜어내는 것도 좋다. 물론 컴퓨터 중에는 나 역시 컴퓨터를 사용해 mp3를 듣지만, 역시 CD에는, 오디오는 나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10년 되어가는 그 녀석. 센서가 나갔단다. 값은 20~30. 그나마도 부품이 없단다. 헐-. 수리기사분은 나에게 차라리 15~20만원 주고 새 DVDP를 사는게 좋겠다고 충고한다. 참고로 10년 되어가는 녀석은 DVDP와 결합한 홈시어터다. 시디를 넣으면 다섯개의 스피커에서 맑은 소리가 뿜어져 나온다. 그걸 들으면 행복해진다.

그 뒤를 쫒고 있는 녀석. 내 방에 꼭! 단독 오디오가 있어야 한다며, 큰 맘 먹고 질렀던 녀석. 이 블로그가 왕성했던 그 시절. 난 애니 오타쿠 겸 오디오 오타쿠였다. TV는 보지 않아도, 오디오는 꼭 들었다. 곡은 항상 뻔해서, 라흐 2번 아니면, 양방언? 특히 라흐 2번엔 극 심취하던 시절이라, 집에 오자마자 듣고, 자기 전에 듣고, 아침에 알람 대신 듣고. 그러다 결혼하고 TV와 같이 놓이면서 방구석에 쳐박혀 지내더니 ㅠㅠ (울 남편님아는 오디오보다 TV를 사랑하신다) 아작이 나신듯 이 녀석도 센서가 나갔단다. 수리비 7만원. 헐-. 요즘 신형을 사도 15만원이면 산다. 헐-. 그래도 첫정(???)이 무섭다고 이 녀석의 부품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써보기로 맘 먹었다. 수리비 7만원. 헐- 갑자기 지갑이 쪼그라들었다.

결혼하기 전에 집이 좁아 내 방 구석구석에 숨겨놓았던 아이들이 이사를 하면서 다시 내 품에 돌아왔다. MDP, 휴대용 CDP, 여러 mp3p(꽤나 많이 샀더라;;;).... 그러나 이것들은 세월과 함께 많이들 망가져서, 작동이 잘 안되거나;;; 내장형 충전지가 없거나, 리모콘이 없거나... 하는 등의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고칠 수가 없다. 세월엔 가전제품도 장사없다. 나는 잔뜩 쌓여있는 이 아이들과 각종 MD들을 그저 끌어안고 있거나, 버리거나 해야할 것 같다.

기계를 좋아한다. 신형도 좋다. 하지만 손때묻은 내 오랜 친구들과는 이제 이별해야할 듯 싶다. 내가 그때 조금만 살살 다뤘더라면 그래도 조금은, 한 10년쯤은 더 쓸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MD가 빨리 망할 줄 알았으면, 미니콤포 살때 무리해서라도 MD 콤포를 살껄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든다.

여하튼, 다행히 미니콤포는 고쳤다. 녀석에게서 맑은 CD소리가 나온다. 좋다. 신난다. 예전처럼 라흐2번과 시작해서 라흐2번으로 끝나는 하루는 누구님 덕분에 이루기 어려운 꿈이겠지만, 그래도 좋다. 신난다. 맑은 소리가 난다. 그것만으로도 뭔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유일하게 슬픈 건 이 기쁨을 이해하는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 그러니까 mp3도 좋지만, CD를 들어보라고. 대박 좋다니까.

아, 겨우 오디온데. 오늘 왜 이렇게 우울하고 신나고 슬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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