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뒤흔들던 고민이 어느 정도 산뜻하게 정리된 것 같다.
참 한심한 결론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결론을 내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 하다.
힘내자.
나만은 내 자신을 믿어줘야지.
믿음은 자신을 보다 키워주는 원천이니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수많은 갈림길에서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골랐을 때라면 어땟을까,
인간이란 참 어리석어서 가질 수 없는 것만을 바랄 때가 있다.
난 언제나 손에 쥔 것은 잘 보이지 않아서, 특히 내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손을 뻗어 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언제나 가질 수 없는 마음, 가질 수 없는 물건, 가질 수 없는 꿈만을 꾸는 것 같다.
내가 가장 후회되는 게 있다면, 노력해야할 때 노력하지 않은 것, 너무나 자만한 나머지 자신을 과신한 것. 그리고 진짜 날 지켜준 마음을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외면해 버린 것.
꼭 이렇게 자신이 비참하다고 느껴질 때면, 꼭 그 날의, 그 한마디를 후회하곤 한다. 내가 그날 좀더 순순히 자신의 어리석음을 인정할 수 있었다면, 그 때 그렇게 힘들어 하는 너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었다면, 너랑 나는 다른 길을 걸었을까? 나는 조금더 어른이 되어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조금은 헛된 꿈은 꾸지 않고 안정됐을지도 몰라. 나는, 나한테 너무 자신이 없었어. 그냥, 너한테 쫓기는 입장이었어. 그래서 그랬어. 사실은 알량한 자존심이 아니라, 너무나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야.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거든.
아무래도 좋아. 이렇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고민해도, 이젠 되돌릴 수 없어. 그래서 난 또 이렇게 반복해서 후회를 해. 그렇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자신을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나면 조금은 날 용서해주고 싶은 기분이 들거든.
오늘은,
그래, 그닥 깔끔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결론을 낸 기념비적인 날이야.
마음은 무겁지만, 머리는 무겁지만, 그래도 내일은, 내일은 조금 다른 시작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오늘은 이제 그만. 날 구박하는 것도, 널 생각하는 것도 이젠 그만.
내일을 위해 지금은 충전을 해야만 해.
오늘은, 이렇게 처참한 기분으로 가라앉아야만 했지만, 내일은 분명 가라앉을 때 축적한 힘으로 힘차게 부상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