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야근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사실은 지금도 피곤한데 폐인생활이 긴 탓인지 잠이 안오는군요 ㅜ.ㅡ 사실, 이 시간이 한창 때긴 했죠)
어제 한 야근은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서고 지원입니다. 서고팀에서 하는 일은 크게 집책과 물류로 나뉘는대요(입고팀은 따로 있는 듯) 집책은 주문들어온 책을 찾아오는 일이고, 포장은 그렇게 집책 해온 상품들을 각 주문별로 포장하는 일인 듯 합니다.
저는 그동안 책을 주문하면 각 주문별로 하나하나 책을 창고에서 찾아오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무슨 회차로 구분지어서 그거에 맞게 책을 가져오더라구요. 주문들을 비슷한 지역이나 특성에 따라 분류해서 이걸 한꺼번에 가져오는 모양입니다. 아직 포장업무를 해보질 않아서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하는 것 같아요.
전에 Y서점의 물류창고 사진을 보았을 때 너무도 깔끔해서 저런 서점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사진: Y서점 물류창고)허나;; 실제의 창고는 저렇지 않습니다. 뭐 Y쪽은 가보지 않았지만, 책이라는게 의외로 먼지가 많잖아요. 개인이 아껴서 보관하고 있던 거면 모를까 창고에 쳐박혀 있던 책들이 오죽하겠습니까. 먼지가 폴폴 날리고 목이 꽤 아픕니다. 거기다 공간이 무척 넓어서 히터를 뜰어도 전혀 따뜻하지 않아요. 아직 A 서점은 서고팀 단체점퍼가 없어서, 식당에서 우르르르 몰려오는 Y서점 점퍼를 입은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조금 주눅이 듭니다. 서고팀 업무 무진장 힘든데, 너무 안타까워요.
집책... 간단한 거 같지만, 한번에 100여권을 찾아와야 할 때도 있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작은 수레에 플라스틱 바구니를 잔뜩 쌓아서 자기 키에 맞춰 끌고 다닙니다. 저는 최고 많이 찾은게 한 40여권이라 겨우 3박스짜리가 최고 였지만, 심각하게 많은 집책지시서를 잡아든 경우는 5박스를 끌고 다녀야 하는 엄청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 시작시간과 마친 시간을 기록하도록 (작성자 이름과 함께) 되어있기 때문에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수레를 끌며 달려야 합니다. 처음 한 일이라 재미도 있어서 신나게 달렸더니 추운 걸 모르겠더라구요. 그 추운 날씨에 히터 효과도 적은 곳에서 땀이 날 정도였으니;; 저도 하마터면 그 일을 하게 될 뻔 했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찔 합니다. 말려준 B양과 H님께도 감사드려요.
죽어라 하면서 느낀 거 하나, ... 시공사의 어린이 문고(일명 시공사 주니어)의 책들은 무척이나 이쁘다는 것. 특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리즈와 나니아 연대기는 너무너무 탐이 날 정도로 예뻤습니다. 예전에 Y 서점에 제대로 된 "앨리스를 추천해주세요"라고 문의했었는데, 시공사의 주.니.어.문고를 추천해줘서 너무 화가 났던 적이 있습니다. ... 지금에라도 사과할께요. 너무 이쁜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공사라던가 영진, 문학동네 같은 큰 서점은 주문도 많고 출판되는 서적 수도 많아서 별도의 영역에 보관되고 있습니다. 배치는 특별히 기준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맡은 구역이 바로 메이저 5구요. 여기는 주로 시공사 주니어 문고, 영진.com 각종 어학서적, 그리고 문학 수첩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있습니다. 훗, 양장, 무척 뽀대나더군요. 나오자마자 산게 조금 억울했습니다. 실제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메이저 영역에 가득 꽂혀있는 책을 보면 정신을 못차린데요. 저와 함께 일하시는(덧붙여 서고로 강제징용당한) 분은 감동한 나머지 책을 읽다가 걸려서 많이 혼났었다구요.
이런 큰 서점 말고 작은 서점들은 "일반" 이라는 구역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이 일반 구역은 책 찾기가 많이 힘들어요. 같은 책이 수십권씩 꽂혀있는 곳과 여러개의 다른 책 사이에서 하나를 찾은 건 정말 다르더라구요. 그리고 메이저에서 잘 놀다가 일반으로 다시 차출당한 저는 책 찾는 방법을 설명듣지도 못한채(그 정도로 바빴습니다) 책 찾기를 시작하는데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여기저기 헤매다 가끔 반가운 책들을 만나면 정신 못차리고 또 만지작 거려서(예를 들면 모 요괴전문 출판사의 "우부메"라던가) 집책이 많이 늦어졌어요.
집책일 하고 나니;; 주문이 늦어진다고 막 성질 내던게 조금 미안해졌습니다. 제 주문 때문에 혹시라도 어떤 불운한 남자분이 호모책 가득한 섹션에 가서 므흣한 제목의 책들을 찾아오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봐도 남자인 듯한 둘이 끌어안거나 키스를 하거나 심하게는 머릴 한손으로 움켜쥐고 있는(모 호모 소설책;;) 이런 그림을 보며 주문한 사람을 저주했을지도 모릅니다. ................ 미안해요...미안해요....... 그래도 그런 책은 교보에선 안 파는 걸요......................... (.. )a
전 장갑끼는 걸 싫어해서 빼고 했는데, 손이 새카매지는 건 물론이고 건조해지면서 트더라구요. 자기 일 하기도 바쁜 와중에 붙들고 물어보는 절 싫어하지도 않고 무거운 박스를 그냥 들고다닌 저를 보며 어디서 수레까지 훔쳐다준 분께서 "아니! 왜 장갑안껴요? 아끼지 말고 써요! 3일마다 한번씩 새로 주는 건데 왜 안껴요? 장갑끼고 해도 오래하면 손이 트고 갈라지는데요!"라고 하시더라구요. 여하튼 그 분 아니었으면 전 3박스짜리를 이고지고 다니며 일해야 할 뻔 했습니다. 그것도 고마운데 가끔 책 찾다 부딪히면 "아! 못 찾는 거 있으면 물어봐요! 찾아줄께요" 라고도 해주셨어요. 나중에 또 집책으로 징집당하면 그때 꼭 커피라도 한잔 사드려야겠어요. 손이 트신다니 제 특제 바디샵 핸드크림을 드리고 싶지만;; 남자분이시니 그런 걸 받으면 기절하지 않으실까요.
이것으로 첫 야근 경험기 종료. 이렇게 쓰니 무척 고생한 것 같지만 아니에요 ^^;; 무척 재밌답니다. 먼지가 많아서 좀 고달프긴 했지만, 간만에 마구 달리면서 일해보니까 즐거웠어요. 포장도 재밌다고 하는데, 뭐, 곧 기회가 오겠죠. 요즘이 제일 바쁜 철이라 저희 팀 팀장님도 징집을 벗어나지 못하셨는걸요. 저도 모르는 사이 이미 강제징집표에 제 이름도 올라가 있어요 ^^;; 지난번엔 4순위(강제징집 대기순위랄까)였는데 2순이 분이 약속이 있으셔서 대신 갔죠. 덕분에 한번 털었다고 하는데... 뭔 말인지;; 여하튼 털었다고 해도 순위권 안이라 곧 제 2의 야근기를 쓸 것 같습니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사실은 지금도 피곤한데 폐인생활이 긴 탓인지 잠이 안오는군요 ㅜ.ㅡ 사실, 이 시간이 한창 때긴 했죠)
어제 한 야근은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서고 지원입니다. 서고팀에서 하는 일은 크게 집책과 물류로 나뉘는대요(입고팀은 따로 있는 듯) 집책은 주문들어온 책을 찾아오는 일이고, 포장은 그렇게 집책 해온 상품들을 각 주문별로 포장하는 일인 듯 합니다.
저는 그동안 책을 주문하면 각 주문별로 하나하나 책을 창고에서 찾아오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무슨 회차로 구분지어서 그거에 맞게 책을 가져오더라구요. 주문들을 비슷한 지역이나 특성에 따라 분류해서 이걸 한꺼번에 가져오는 모양입니다. 아직 포장업무를 해보질 않아서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하는 것 같아요.
전에 Y서점의 물류창고 사진을 보았을 때 너무도 깔끔해서 저런 서점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사진: Y서점 물류창고)허나;; 실제의 창고는 저렇지 않습니다. 뭐 Y쪽은 가보지 않았지만, 책이라는게 의외로 먼지가 많잖아요. 개인이 아껴서 보관하고 있던 거면 모를까 창고에 쳐박혀 있던 책들이 오죽하겠습니까. 먼지가 폴폴 날리고 목이 꽤 아픕니다. 거기다 공간이 무척 넓어서 히터를 뜰어도 전혀 따뜻하지 않아요. 아직 A 서점은 서고팀 단체점퍼가 없어서, 식당에서 우르르르 몰려오는 Y서점 점퍼를 입은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조금 주눅이 듭니다. 서고팀 업무 무진장 힘든데, 너무 안타까워요.
집책... 간단한 거 같지만, 한번에 100여권을 찾아와야 할 때도 있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작은 수레에 플라스틱 바구니를 잔뜩 쌓아서 자기 키에 맞춰 끌고 다닙니다. 저는 최고 많이 찾은게 한 40여권이라 겨우 3박스짜리가 최고 였지만, 심각하게 많은 집책지시서를 잡아든 경우는 5박스를 끌고 다녀야 하는 엄청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 시작시간과 마친 시간을 기록하도록 (작성자 이름과 함께) 되어있기 때문에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수레를 끌며 달려야 합니다. 처음 한 일이라 재미도 있어서 신나게 달렸더니 추운 걸 모르겠더라구요. 그 추운 날씨에 히터 효과도 적은 곳에서 땀이 날 정도였으니;; 저도 하마터면 그 일을 하게 될 뻔 했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찔 합니다. 말려준 B양과 H님께도 감사드려요.
죽어라 하면서 느낀 거 하나, ... 시공사의 어린이 문고(일명 시공사 주니어)의 책들은 무척이나 이쁘다는 것. 특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리즈와 나니아 연대기는 너무너무 탐이 날 정도로 예뻤습니다. 예전에 Y 서점에 제대로 된 "앨리스를 추천해주세요"라고 문의했었는데, 시공사의 주.니.어.문고를 추천해줘서 너무 화가 났던 적이 있습니다. ... 지금에라도 사과할께요. 너무 이쁜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공사라던가 영진, 문학동네 같은 큰 서점은 주문도 많고 출판되는 서적 수도 많아서 별도의 영역에 보관되고 있습니다. 배치는 특별히 기준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맡은 구역이 바로 메이저 5구요. 여기는 주로 시공사 주니어 문고, 영진.com 각종 어학서적, 그리고 문학 수첩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있습니다. 훗, 양장, 무척 뽀대나더군요. 나오자마자 산게 조금 억울했습니다. 실제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메이저 영역에 가득 꽂혀있는 책을 보면 정신을 못차린데요. 저와 함께 일하시는(덧붙여 서고로 강제징용당한) 분은 감동한 나머지 책을 읽다가 걸려서 많이 혼났었다구요.
이런 큰 서점 말고 작은 서점들은 "일반" 이라는 구역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이 일반 구역은 책 찾기가 많이 힘들어요. 같은 책이 수십권씩 꽂혀있는 곳과 여러개의 다른 책 사이에서 하나를 찾은 건 정말 다르더라구요. 그리고 메이저에서 잘 놀다가 일반으로 다시 차출당한 저는 책 찾는 방법을 설명듣지도 못한채(그 정도로 바빴습니다) 책 찾기를 시작하는데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여기저기 헤매다 가끔 반가운 책들을 만나면 정신 못차리고 또 만지작 거려서(예를 들면 모 요괴전문 출판사의 "우부메"라던가) 집책이 많이 늦어졌어요.
집책일 하고 나니;; 주문이 늦어진다고 막 성질 내던게 조금 미안해졌습니다. 제 주문 때문에 혹시라도 어떤 불운한 남자분이 호모책 가득한 섹션에 가서 므흣한 제목의 책들을 찾아오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봐도 남자인 듯한 둘이 끌어안거나 키스를 하거나 심하게는 머릴 한손으로 움켜쥐고 있는(모 호모 소설책;;) 이런 그림을 보며 주문한 사람을 저주했을지도 모릅니다. ................ 미안해요...미안해요....... 그래도 그런 책은 교보에선 안 파는 걸요......................... (.. )a
전 장갑끼는 걸 싫어해서 빼고 했는데, 손이 새카매지는 건 물론이고 건조해지면서 트더라구요. 자기 일 하기도 바쁜 와중에 붙들고 물어보는 절 싫어하지도 않고 무거운 박스를 그냥 들고다닌 저를 보며 어디서 수레까지 훔쳐다준 분께서 "아니! 왜 장갑안껴요? 아끼지 말고 써요! 3일마다 한번씩 새로 주는 건데 왜 안껴요? 장갑끼고 해도 오래하면 손이 트고 갈라지는데요!"라고 하시더라구요. 여하튼 그 분 아니었으면 전 3박스짜리를 이고지고 다니며 일해야 할 뻔 했습니다. 그것도 고마운데 가끔 책 찾다 부딪히면 "아! 못 찾는 거 있으면 물어봐요! 찾아줄께요" 라고도 해주셨어요. 나중에 또 집책으로 징집당하면 그때 꼭 커피라도 한잔 사드려야겠어요. 손이 트신다니 제 특제 바디샵 핸드크림을 드리고 싶지만;; 남자분이시니 그런 걸 받으면 기절하지 않으실까요.
이것으로 첫 야근 경험기 종료. 이렇게 쓰니 무척 고생한 것 같지만 아니에요 ^^;; 무척 재밌답니다. 먼지가 많아서 좀 고달프긴 했지만, 간만에 마구 달리면서 일해보니까 즐거웠어요. 포장도 재밌다고 하는데, 뭐, 곧 기회가 오겠죠. 요즘이 제일 바쁜 철이라 저희 팀 팀장님도 징집을 벗어나지 못하셨는걸요. 저도 모르는 사이 이미 강제징집표에 제 이름도 올라가 있어요 ^^;; 지난번엔 4순위(강제징집 대기순위랄까)였는데 2순이 분이 약속이 있으셔서 대신 갔죠. 덕분에 한번 털었다고 하는데... 뭔 말인지;; 여하튼 털었다고 해도 순위권 안이라 곧 제 2의 야근기를 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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