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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사교양]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

띵.. 2017. 3. 29. 19:16

사진을 누르면 해당 프로그램의 홈페이지로

 

유시민이란 사람에 대해 아는 거라곤 내가 초중시절(??) 그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추천도서였다는 거. 그래서 살짝 읽었지만 내 흥미를 못 끌었다는 것.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 혜성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는 것. 내가 투표까지 했지만 경기도 지사에 실패하고 정치 때려치고 작가 생활 하고 있다는 것. 그 당시의 그는 참으로 유명한 토론계, 정치계의 싸움닭으로 100분 토론 나오면 화제가 된다는 것. 맞짱 뜰만한 유력인사로 홍준표나 유승민 정도였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토론으로 그 입을 막을만한 이가 별로 없지만, 그땐 "돌격 앞으로!"에 가깝다면, 지금은 "그래 함 얘기해봐, 끝까지 들어는 줄께" 정도의 느낌.

그런 그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한 건 썰전 탓도 크고. 일련의 사건, 사고들에 대해 그가 얘기하는 관점들이 참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 직후 jtbc의 토론회를 보며 그런 생각을 굳히게 됐다.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확고하고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블로그에서 듣고 함 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재방송 타이밍 맞추기가 힘들어서 결국 2화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의 민주주의론이나 국가관을 들으며 지금까지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그의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어쩌다보니 거꾸로 보게 되서 오늘 1화를 봤는데,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면서 떠오르는 책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은하영웅전설"이란 책이다. 작가의 게으름과 잘난 척은 참으로 맘에 안 들지만, 내가 읽은 수많은 라이트 노벨류 중에 살아가면서 이 책만큼 되새김질 했던 책이 있던가. 특히 작금의 사태를 보면 내가 마치 양 웬리라도 된냥 고뇌하게 된다. "부패한 민주주의 국가와 청렴하고 효율적인 전제주의 국가는 뭐가 나을까를 놓고 어느 것이 올바른가" 라는 고민을 지금의 내가 하게 될 줄 이야. 무조건 민주주의가 옳은 것인가. 윈스턴 처칠은 "민주주의는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그나마 가장 덜 나쁜 정치 제도"라고 했단다. 정말 그러한 것인가. 그러한 것이라고 믿고 싶은 것은 아닌가. 우리나라는 이미지에 매몰되 박근혜 같은 사람을 뽑았고, 미국은 우리만 잘 살아보겠다고 트럼프 같은 사람을 뽑았다. 지금의 선거판 봐라. 다들 정책과 공약에 관심없다. 네거티브는 나쁘다면서 후보들도, 그걸 바라보는 우리도 네거티브에 더 귀를 기울인다. 보라, 완전 중우정치의 표본이다. 매번 선거 때만 되면 나 역시 자유행성동맹 사람들이 잘 생긴 얼굴, 훌륭한 언변, 깔끔한 이미지에 현혹되 트류니히트같은 쭉쨍이를 안 뽑았느냐고 자신할 수 있냔 말이다. 솔직히 박근혜가 저렇게 되고, 내가 그녀한테 투표를 안 해서 당당한 거지, 내가 찍었던 후보가 저렇게 처참하게 무너지지 않았다고 어떻게 자신하냐고. 

그런 쓸데없는 고민까지 한 건, 지금의 상황이, 유시민 작가가 바라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통령 선거라는 중요한 지점에 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투표가 이렇게 무서워. 잘못 찍으면 5년 버리고 다시 하지뭐, 이렇게 안 된다고.

은영전 5권 마지막 양과 라인하르트의 회담에서 집어왔다.

"자유행성동맹을 팔아 내 손에 건넨 것은 동맹의 국민 다수가 스스로의 의지로 선출한 국가 원수다. 민주 공화 정치란 민중이 자유 의지로 자기 자신의 제도와 정신을 깎아 내리는 정치 체제를 말하는 건가?"

"민중을 해칠 수 있는 권리는 민중 자신만이 가지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해, 독재자와 소인배에게 정권을 준 것은 분명 민중 자신의 책임입니다. 다른 사람을 책망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전제 정치의 잘못은 민중들이 정치의 해악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잘못의 크기에 비한다면 훌륭한 왕 백명의 선정도 작습니다. 더군다나 총명한 군주의 출현이 드뭄을 생각하면 공과는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만..... "  -은영전 5권 P.297~298, 서울문화사 2000년 판

그러니까, 지금의 이 혼란은 우리가 투표를 똑바로 하지 않은 탓이라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인내해야하는 데....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다. 나는 박근혜를 찍지 않았고, 박근혜를 찍은 사람들의 상당수는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이 무얼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그녀를 내쫓은 것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빨갱이들이 무고한 국모(이 표현이 참 맘에 안든다, 무슨 박근혜 왕조도 아니고.... 아직 전제주의 국가의 잔재가 안 빠진 것인가)를 내쫓았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말이다. 뭐, 민주주의 국가니까. 생각은 사람 수많큼 있는 거고. 의견은 그만큼 다를 수 있는 거고. ...... 그걸 인정하는 게 민주주의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도 억울하단 거다.

내가 무슨 얘길 하려고 이렇게 장황한 얘기를 썼는가... 그냥 한숨만 나온다는 결론을 내고 싶었던 것일까. 아무래도 다음에 읽을 책으로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특강을 골라야겠다. 이렇게 참 말하는 게 두서가 없어서야.....

결론은, 이 프로 봐라, 꼭 봐라, 대통령 선거하기 전에, 대통령 후보 고르기 전에... 꼭! 꼭! 꼭!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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