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고3 이거나 대학교 초년생인 내가 되는 꿈을 꾼다. 꿈 속의 나는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걸 아는 듯 하지만... 그래도 참 치열하게 산다. 그 꿈 안의 나는 "전엔 실패했으니 이번엔 잘해야해"란 마음으로 열심히 수능을 준비하거나, 대입 전쟁을 치루고 있거나, 치루고 나서 수강신청을 하는 경우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나의 마음과 다르게 내 성적은 한없이 초라해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고 만다.
오늘 낮에는 다시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꿈 속의 나는 3학년 쯤 되는 것 같았다. 다시 그 때가 되어 예전에 빵꾸 났던 과목들을 열심히 땜빵하려 하고 있었다. 이렇게 애매한 표현을 쓰는 것은 매꾸려 했지만 또다시 실패했기 때문이다. 성적이 나빠서 이 과목을 들어갈 수가 없다. 꿈 속의 난 항상 성적이 나빠서 좌절하고 만다. 그래도 열심히 하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녀 본다. 시간표는 쉴 틈 없이 꽉 들어찼다. 스쿨버스는 언제나 만원이라 앉을 자리도 없다. 그럼에도 꿈 속의 나는 행복하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에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도 힘들어하지 않는다. 중간중간 욕도 한다. 빌어먹을.... 뭐 해놓은게 이렇게 없어. 너무 바빠... 그러면서 꿈 속의 나는 그때 그 시절 과거의 나를 욕하곤 한다.
이러다 잠에서 깨고 나면, 허무해지기 일쑤다. 내 정신이 지금 피폐해져서 그런가? 인생을 다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항상 손에 꼽는건 고3시절과 대학교 1학년 시절이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진 않았을텐데...라며 수없이 후회한다. 그래서인지 꿈 속의 나는 항상 고3이거나 대학교 새내기다. 그리고 언제나 과거의 나에게 발목이 잡혀 좌절하고는 꿈에서 깬다. 꿈에서만이라도 맘 먹은대로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아. 어짜피 깨고 나면 이루어지나 안 이루어지나 좌절하고 말텐데.
애가 크던 안 크던, 난 왠지 여기 이곳에 주저앉아 다시 못 일어날까 불안하다. 다시 시작하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돈도 있어야 한다. 돈... 그 놈의 돈. 이것 역시 과거 "나" 님의 산물이시다. 미국에서 잘 나가고 있는 동생 님도 내겐 불안과 좌절의 상징이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데... 어릴 적에는 나도 녀석 못지 않게 공부 잘 했는데..... 어디서 뒤틀린걸까 하고 자꾸 돌아보게 하는 울퉁불퉁한 거울같은.
아.. 우울하다. 이 우울함은 언제나 나로 시작해서 끝이 나지 않는다. 옆에서 따님은 뒤집기가 잘 안된다며 썽내고 계신다. 독한 것. 안되면 짜증내고 울고.. 될 때까지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래... 그런 성격이 뭘 해도 끝을 보더라. 나도 어렸을 적엔 그랬다. 그러다 어떻게 못할 것만 같은 큰 산을 만나니 마음편히 먹고 모든 걸 내려놓게 되더라. 그게 내 미래까지 내려놓게 되는 건 줄은 그땐 몰랐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울함. 이것이 육아 스트레스인가 하고 자문해 본다. 결론은 아니다. 자극이 되었을 수는 있지만 그 탓으로 하기엔 시작이 언제나처럼 명확하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는 엄마의 아픈 손가락. 언젠가 엄마가 동생은 유학까지 보내줬는데 난 그렇게 못 해줘 미안하단다. 헐;;; 그건 아냐 엄마. 내가 공부를 못해서 유학까지 갈 필요가 없었던 거야. 그래도 엄마맘은 그게 아니란다. 누군 유학보내고 그래서 좋은 회사까지 들어갔는데 날 보면 그렇게 뒷바라지 못해줘서 그런게 아닌가 싶단다. 내가 한심해서 쥐구멍에 들어가버리고 싶다.
여하튼... 다 늙어 공부라고 남들이 욕해도, 그것이 자기 만족을 위한 나의 소소한 자위라고 해도... 뭐든 하긴 해야지. 이렇게 결론 내면 나름 건전한거지??
절대, 이 글이 옆집 누군가의 땅파기 글에서 파생된 우울함이 아니므로... 괜한 삽질하지 않고 혼자만이라도 붕 떠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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