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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Movie] 원스 어폰 어 타임(2008)

띵.. 2013. 2. 2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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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감독 정용기
출연 박용우, 이보영, 성동일, 조희봉, 안길강,
       김수현, 김응수
특별출연 임형준, 김명수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인 줄 개봉했을 때는 몰랐다. 개봉당시에는 시시한 3류 영화쯤으로 치부했는데. 본래 영화 자주 보는 편도 아니었고, <출발!비디오여행>이란 프로 때문에 영화를 안 보고도 본 듯한 착각에 빠져 지낸 편이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보니, 지금 영화들처럼 세련된?? 세트의 정교함이라던가, 스토리의 짜임새라던가... 영화의 배경이 1940년대라서 그런가 세련된 맛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아기자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터넷 리뷰나 감상글을 보면, 주역 보다 조연이 더 돋보인다던가, 너무 가볍다는 비판이 많은데. 글쎄, 일단 주역이라는 이름으로 박용우, 이보영이 나왔지만, 스토리 상으로 보다 중요한 역이라던가, 서브라던가 하는게 느껴지지 않아서 참신했다. 감독의 얘길 들어보니 주연과 조연으로 편의상 나누었지만, 실제로는 모든 배역의 비중을 동등하게 가져가고자 했다고 하니, 그런 점에선 감독의 의중이 잘 산듯.

그리고 스토리의 가벼움. 시대적 배경이 어둡다고 언제나 꼭 장중하게 가야하나? 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일제시대에 대해 "비장함"을 강요하는 것 같다. 영화 내에서 많이 희화화 됐다고 하지만, 감독이 말한 "아이러니"적 상황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의 매력은 "아이러니"라고 생각한다. 조센징이라고 아랫사람을 멸시했던 이들이 사실은 조선인이라거나. 일본 앞잡이 순사가 독립운동가로 오해 받아 같은 편에게 사살되거나. 마지막에 해방된 조국 역시 일본인 대신 미국인이 들어앉아 있다거나. 가볍게 표현했다고 해서 그 시대의 아픔이나 상처들을 얘기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장면의 희극성 때문에 소소한 매력들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그런 점에서 훈장 받고 나오는 봉구가 미국인 앞잡이로 노선을 바꾸어 다시 권력의 개가 된 야마다와 마주치는 장면이 삭제된 것은 상당히 아쉽다. 이 장면이야 말로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시대의 "아이러니"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장면인데(이 장면을 만난 것만으로도 DVD 산 보람이 있는듯)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노래를 부르는 이보영 씨가 상당히 어색하긴 했지만, .... 섹시하진 않아도 사랑스러웠으니까 뭐. 박용우 씨는 하하하 .... 내가 이 영화를 왜 봤는데 ㅋ. 춘자와의 장면이 삭제된게 많은 것 같은데, 삭제가 안됐다면 마지막에 춘자를 챙기는 봉구의 모습이 덜 생뚱맞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한가지, 음... 박용우 씨는 아래턱을 내미는 버릇이 있는 듯. 거울 앞에서 춤을 춘다던가, 흥분한 상태로 미네르빠의 탁자를 걷어차는 장면에서 아래턱이 삐죽 나와있는데 아래턱 안 내미시는 게 훨 멋있어요 T^T!!! 여튼 쿨~하고 시크한, 여자들한테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네! 제대로 성공하셨어요. 아주 핥듯이 매장면을 리플리플리플~~~
일어 대사들 꽤 많던데 외우느라 고생하셨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딴 얘기지만 전당포에서 "오카네가 아리마셍데~"는 완벽한 억양이었음. 난 그 대사 예고편 보고 박용우 씨 일어할 줄 안다고 착각했을 정도. 물론 기나긴 일어 대사는 띄어읽기라던가 억양이 좀 어색했지만 ^^;;  
일어 하니까 생각났는데 김응수 씨. 라디오 스타에서 술주정도 일어로 하신다더니, 일어 정말 완벽!! 감탄감탄! 솔직히 다른 분들의 일어는 대사처리가 겨우겨우라는 느낌이었는데, 제대로였음.

주저리 주저리 많이도 썼네.

가볍지만 절대 경박하지 않고, 산뜻한, 멋진 시대물이었음. 정확하게 내 취향.
그러니까 시대물이라고 꼭 비장할 필요는 없다니까.
일제시대에도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아갔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