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삽질인생

경비 아저씨의 보이콧

띵.. 2006. 9. 18. 23:11

우리집에는  두 명의 경비 아저씨가 있으나....두 사람이 극과 극이다.

한 아저씨는 너무나 친절해서
택배 일일이 챙겨주고, 성깔 더러웠던 옛 Y 택배기사를 야단쳐서 고분고분하게 만들어주고, 요즘 도둑이 잦다고 온 식구가 밤 10시나 되야 들어오는 우리집 베란다 앞을 서성이며 망을 보아주신다. (참고로 1층)

한 아저씨는 성질이 너무 더러워서,
같이 성깔 더러운 내 동생과 싸우는 장면도 약 두어번 목격. 어른한테 대드는 내 동생 싸가지도 알아볼조지만... 그깟 가방 잠깐 맞긴다는 거에 투덜투덜대며 썽내던 경비아저씨도 열라 맘에 안든다.

가장 맘에 안 들었던 건, 솔직히 말하자, 우리집 택배 무진장 온다.
이번달만 해도, Y 서점에서 약 4건, 화장품 1건, K 언니로부터의 택배 1건, 차 1건, 엄마 냉장고 용품 1건..... 이것이 약 열흘 사이에 우리집에 도착한 택배다.
나도 양심이 있는 인간이라, 이렇게 택배가 잦으면 미안해진다.  그런데 이 아저씨 봐랏,
택배찾으러 간 나한테 한다는 말이 "이거 택배 회사랑 우리가 결연을 맺던지 해야지. 택배가 너무 많이와요. 집에 항상 사람이 없어요? 택배 회사야 이렇게 같다주면 뭐가 생기지만,우린 생기는 것도 암것도 없잖아, 그렇잖아요? "라는 얘기를 나한테 하는 거라.
어이가 없어서 "그래 뭘 원하시는 겁니까?"라고 되물으려다, 그렇게 실갱히 하는 것 자체가 우스워 "죄송합니다, 저희집이 택배가 너무 잦죠? 정말 죄송해요."라며 간단히 마무리. 그렇다고 내가 기분이 좋았겠는가?

그런데 이걸로 끝이 아닌지, 내 동생한테 비슷한 요지의 발언을 또 해버리는 바람에 동생이 스팀이 빡 올라, "그럼, 도대체 아저씨가 하는 일은 뭐에요?"라고 대들기에 이르렀다. ............ 웃어른한테 하는 말버릇을 봐라, 내 동생도 정말 싸가지 없다. 하지만, 엄연히 관리비 내고 있고, 우리가 내는 관리비에는 경비아저씨 월급도 들어갈텐데, 저 아저씨 정말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긴한다.
실제로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다른 아저씨는 택배가 없으면 오히려 "정 양, 요즘 용돈이 없어? 택배가 자주 안오네?" 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도 건내주신다. 나도 사람이라, 잘해주는 사람에게 잘해주는게 인지상정 아닌가? 그 아저씨한테는 항상 미안하고 죄송한 맘 뿐이다. ....

여하튼 일이 이렇게 된 이후, 이 싸가지 없는 아저씨, 택배가 와도 인터폰도 안해준다. 물건 받아서 모셔두고는 바로 다음날 다른 아저씨한테 고대로 넘겨주는 모양이다. 오늘이 바로 그 싸가지 없는 아저씨 담당일. .... Y에서 경비실에 맡겼다고 문자가 왔는데, 집에 와보니 택배박스가 없다. ..... 엄마는 일찍 와 있었는데 말이다. 혹시나 해서 내가 경비실에서 찾아오려고 맘 먹고 퇴근했는데, 췟, 그나마 자리도 안 지키도 있다. 줸장, 열라 짜증난다. 벌써 이렇게 묵혀두고 다음날 다른 아저씨에게 넘긴 것만 총 4번. 이 달 내내 이러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어이없다.

여하튼 내일은 퇴근하는 길에 아저씨들이 좋아할만한 드링크 한박스 사서 맘 좋은 울 경비아저씨 드려야겠다. ....아! 한 박스 사면 아저씨 남겨두고 다른 아저씨 주는거 아냐? 몽땅 들고가시라고 꼭! 꼭! 꼭! 전해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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