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

[Movie/애니] 신암행어사 + 잡담

띵.. 2004. 11. 30. 20:31
11월 28일 신암행어사를 보러 왔습니다.
동행인은 로키짱. 신촌의 녹색극장에서 12시 20분 타임을 끊었는데요. 장소가 문제였던 걸까요? 시간이 문제였던걸까요? 9시 조조타임만 해도 남은 좌석이 2개뿐이라고 예매할 때 그랬는데요. 정작 제가 보러간 타임에는 관객이 거의 없어서 뻘쭘했습니다. 전체 합쳐 우리 둘, 옆의 연인 한 커플, 뒤에 남자 하나, 앞에 왠 여인 한명... 녹색극장이 큰 극장이 아니었는데도, 이렇게 크게 느껴진건 처음이었습니다. 이러다 다음주엔 내리는거 아냐 싶더라구요.

전 원더풀 데이즈를 보지 않아서 그것과 비교는 못하겠습니다. 보는 내내 최유기 극장판을 떠올렸어요. 뭐랄까 배경의 분위기나 섬세함이 최근에 본 최유기 극장판과 유사했거든요.
구자형님의 암행어사 등장하자 마자, 옆에서 캬앗 >_< 하고 즐거워해준 로키짱에게 "듣지 말고 봐요 ^^;; "라고 일침을 놓은 후, 다시 애니를 봤습니다. 구자형님 때문인지 문수의 복장때문인지 스파이크를 떠올려 버렸습니다. 총을 앞으로 딱 하고 뽑는 장면에선 삼장을 떠올렸구요. 상당히 잔인한 캐릭터더군요. 어쩜 저리 비열할까, 뭐, 만화책으로 볼때도 비열한 녀석이라곤 생각했지만, 애니로 다시 보니 정말 너무 비열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입에선 구자형님의 섹시하고 멋진 목소리가 나오는데 행동이 비열해서 더 충격받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스토리는 처음에 몽룡을 만나 춘향을 산도로 거둬들이는 장면과 유의태가 등장하는 이 두개로 나눠졌습니다. 글쎄요. 제가 생각하기엔 이렇게 스토리를 둘로 나누는 것보다는, 오히려 한가지 이야기로 스토리를 풀어갔으면 보다 깊이있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짧은 시간동안 두 가지의 이야기를 풀다보니 스토리가 압축이 되어버리고 논리적 비약이 조금 심했습니다. 서브 캐릭터들도 많이 죽어버렸고, 문수 이왼 살아있단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거기다 몇몇 비열한 장면이 등장했다곤 해도, 문수를 중심으로만 스토리를 풀어나가다 보니 문수란 캐릭이 만화와는 달리 영웅이 되어버린 것도 아쉽구요. 어짜피 애니를 볼 사람들의 대다수는 이미 "신암행어사"란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있는 사람들일테니 과감하게 처음부터 산도와 함께 여행중인 문수 일행을 다뤘으면 좋았을꺼 같아요.
문수를 뒤에서 졸졸 쫓아다니는 산도의 부분은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뭐랄까, 말없이 그냥 쫓아다니는 춘향 캐릭터가 너무 예뻤어요. 같이 나오는 보아의 노래도 정말 좋았구요. (일본어 곡인데 자막도 안 넣어주더군요. 저야 어설피 들어간 자막보다 안 나와주는 편이 좋습니다만)
"제가 이 마을의 의사인 유의태입니다"라고 김승준님이 싸~하게 말해주셨을때는 정말이지... 캬아아앗 >_< 하고 말아서 로키짱에게 "듣지말고 보라"던 말을 싹 무시해 버렸습니다. 김승준님 목소리 너무 예뻤어요.

중간에 김승준님과 구자형님이 대화를 하시는 장면에서 "저것은 만다라케입니다"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옆에서 보고 있던 로키짱이

"헉! 만.다.라.케.??? " 하는 바람에 푸웃! 해버렸어요.

"만드라고라"라고 잘 알려진, 해리포터 등지에서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그것, 사람모습을 한 뿌리를 가진 식물이 나오는데요. 동양에선 만다라케가 정식 명칭인건지 이 작품에선 "만다라케"라고 하더라구요. 억양이 이상해~ 하고 넘어가려는 그 찰나에, 정확하게도 로키짱이 다.른. 만다라케를 얘기해 버리는 바람에 ... ㅡ.ㅡ;; 보는 내내,,,, 끝까지 전 심각한 장면에서도 웃어야만 했습니다. 혹시 아직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로키짱의 만다라케란 이런 곳이다라는 걸 링크 해둿습니다. 살포시 눌러주세요. (끝까지 "만다라케의 대 협찬이 있었다"라던가 "역시 악의 축, 만다라케와 아니메이트"를 주장하는 그녀의 이론에 동조하면서도 애니 최대의 포인트에서 실소해 버린 것에 아직까지 조금의 앙심을 품고 있습니다)

자세한 얘기야 할 수 없지만, 악당이 너무 허접해서 실망했어요. 그래도 그 분 목소린데 이건 너무하다 싶은 것이. 다른 리뷰야 아직 읽은 게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전 그래도 꽤 재미있었는데 말이죠. 최유기에 비하면야... ㅡ.ㅡ;;; 아 비교대상이 너무 레벨이 낮았나? 일본판의 캐스팅도 참 화려하던데, DVD 나오면 당장 구입해야 겠어요 >_<

여하튼 만다라케의 충격을 회상하면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요. 우연히 눈에 뜨인 곳은 "사누키 우동" 체인점. 친절하게 우동을 구입하는 법을 번호 순서대로 적어줬는데요. 안 그랬으면 전 주문도 못했을꺼에요.
저는 캘리포니아롤, 김치롤(을 주문한다고 집은게 엉뚱한 걸 집어서 실제는 뭔지 모르겠습니다)에 가츠오부시 우동을, 로키짱은 새우커틀렛?에 해물우동을 먹었습니다. 맛도 좋았고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했어요. 특히 간만에 롤을 먹은 저로선 헤롱헤롱 모드~ 로키짱이 집어온 새우커틀렛? 새우 돈까스? 이것도 상당히 맛있었고, 해물우동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조개는 다섯개나 올려져 있었지만 알맹이는 없고 전부 껍질만 있더라구요. 끝까지 알맹이를 찾아봤으나 실패. 여하튼 신촌에 놀러오면 꼭 다시 가고 싶은 가게로 결정!
3시 20분쯤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스타벅스에 들어가선 각종 이야길 했습니다. 우선 제가 가져간 "과장님의 사랑"과 "달과 말리화" 등등을 놓고 잠시동안 성우 얘길 하다가, 어쩌다 보니 술먹고 망가진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마지막은 시드로 마무리. 52화짜리 시드를 나름대로 설명했는데.. 로키짱에게 도움이 됐을런지. 편견과 망상으로 가득한 시드 설명을 마치고 시계를 봤더니.... 헉! 10시 반! 핸드폰을 꺼내보니, 주문시 사용한 TTL 카드 문자가 3시 반에 왔더라구요. 장장 7시간을 떠들었습니다. 시드 얘기가 조금만 더 늦게 끝났다면 아마 집에가는 막차를 놓쳤을지도 모르겠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시드 얘기가 끝나주어,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일요일의 삽질기, 늦게 나마 완성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