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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망상] 나를 침몰 시키는 그 단어 ^^;;

띵.. 2004. 10. 26. 20:37
maya님 블로그 나를 침몰시키는 그 단어에서 트랙백 해왔습니다. 글을 읽고 나니 손이 근질근질 해져선 ^^;;

우선 "히메기미, 미코도노, 코네코짱, 오죠~짱" 같은 노리고 때리는 단어들은 전부 배제하고 생각한 끝에 찾은 단어는 바로 "わたし" 입니다.
사실 전 몇몇 할렘물의 여성 캐릭터들이 간들어지게 말하는 "あたし", 'わたし"는 딱 질색입니다. 그 간드러지는 비음을 듣고 있으면 이어폰을 내던지고 싶어질만큼. 덧붙여 제가 일어를 쓸때도 이건 좋지 못한 습관임을 알면서도 의식적으로 "오레"를 씁니다. 전 "おれ"라는 단어의 울림이나 어감이 참 좋아요. 거기다 어짜피 일본인과 대화할 일도 없고, 혼잣말로 오레라고 한다해서 절 나무랄 사람도 없고(주변에 일어쓰는 사람이 있어야... ) 그 반대급부로 허약한 느낌이 드는 "わたし"는 당연히 의식적 금지단어였습니다만. 이걸 바꿔준 계기가 있으니 바로 안제 "LOVE CALL" 쥴리어스님의 트랙

자존심 강하고 품격높은(여기서 망가지는 쥴리어스님의 이미지는 잠시 저 세상에 던져두고) 남성이 자신을 "わたし"라고 지칭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게 되었던 겁니다. 낮게 울리는 저음으로 딱 잘라서 나오는 "わたし" 는 그동안 제가 저 단어에 품었던 남에게 자신을 낮추는 듯 하면서 왠지 비굴한 느낌이라던가, 상대를 유혹하는 듯한(역시 할렘물의 후유증이) 느낌이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자존심이나 꼬장꼬장함, 상대방을 높이는 척 하면서 깔보는 듯한 강한 남성의 느낌이 들었던 겁니다. 아마 목소리 탓이 컸을테죠. 사쿠라이상이나 후쿠야마 쥰상 같은 분들이 쓰는 "わたし"를 들었다면 이런 성인 남성의 이미지보단 여리여리하고 귀여운 (꽃)소년의 이미지를 떠올렸을지도 모릅니다.
덧붙여서 전 "わたし"를 쓰던 캐릭터가 광분하여 "おれ"를 사용할때의 그 순간, 그 갭도 좋습니다 ... 이거 또 하야미상 캐릭터가 되어버렸군요.

이왕 얘기한 김에 덧붙이면 이노우에상은 "おれ"와 "キミ", 하야미상은 "わたし"와 "あなた", 세키상은 "おれ"와 "おまえ"란 느낌입니다. 이노우에상이 건조하면서도 달콤한 목소리로, 하야미상이 무언가 억지로 눌러담은 듯 하면서도 칼같이 잘라내는 목소리로, 세키상이 덜 다듬어진 거친 목소리라던가 정반대로 싸늘하고 얼어붙는 음성으로 저런 단어를 말씀하실 때.
저는 이런 순간 뭔가 가슴이 찡~ 울리면서도 안도하게 되요. ^^;; 아마 저 단어들이 제가 세 분에게 갖고 있는 느낌? 이미지를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써놓고 나니 모 작품의 영향이 크다는 걸 부인하기 곤란하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