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삽질인생

근황

띵.. 2006. 12. 23. 00:45
1. 난청 재발?
결국....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청력은 회복했지만, 어떤 측정으로도 나오지 않는 이명이나 답답함, 물찬 듯한 느낌 등을 그냥 넘어가버린 탓에 너무 많이 방치된 상태인 것 같다고. 그래도 젊으니까 낫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내용으로 마무리된 병원 방문. 앞으로 적어도 한달에 두 번은 집에서 30분, 회사에선 (1큐에 오는 버스가 없는 관계로) 1시간 반은 족히 걸릴 병원을 다녀야 한다. 거기다 치료비도 의료보험이 안되는 관계로 약값만 20만원 나왔다. 한달에 두 번. 회사는 어떻게 빠지며, 40만원이나 되는 약값은 어떻게 감당할지.
아무래도 내년엔 적금은 못 들 것 같다.

2. 새로 오신 전산 팀장님은 정말 좋은 분 같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얘기를 잘 들어주는 타입. 얘기를 들어주고 그에 해당하는 자료를 모으고, 그걸 바탕으로 작업. 속도는 느리겠지만 그만큼 정확할 수 있겠지.
다만, 항상 의지했던 Mr. Ha에 비하면 역시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고 할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기본적인 로직 구성부터 코딩까지 담당했던 Mr. Ha와 어찌 비교할 수 있으리요. 시스템 이해도가 (적어도 입사한 지 한달이 채 안된) 지금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오늘처럼, 그냥 지시서 테이블에서 총 지시된 부수만 확인해주면 되는 일을 로직연구까지 하시는건;;;;;; 솔직히 토드만 내 컴에 깔려있어도 내가 스스로 확인했을텐데 말야. 하아... 토드, 괜히 지워버린 것 같다. 속상하다. 이제와 프로그램 설치 하려고 하면 그 분이 열라 짜증낼텐데. 그 분의 심술통이 재발한 이상 한동안은 어려울 듯 싶다.

3. 그 분의 심술은 날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한동한 친한 척 하시더니, 훗, 그 버릇 어디가겠어. 그래도 여직원 짱인 유대리 님과 임주임 님한테는 친절을 가장한 썩소를 날리며 친한척 하더라. 하긴 짜증나기도 하겠지. 어디서 전산관련 신입을 또 데려온 것 같드만. 거기다 이제 막 들어온 지차장님 한테는 다들 시스템 관련해서 문의도 하고 상담도 하고, 또 지차장님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로직에 관한 토론도 하는데, 자기한테는 말단직원이나 해야할 컴퓨터 고장 관련 전화만 잔뜩 오니. 그래도 자업자득이다. 실력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던가, 하려는 성의를 보였어야 한다. 사실 내가 무슨 실력있나? 그래도 현장에선 뭔가 이상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주더라. 이건 노력의 문제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책임지고 전산팀에 얘기해주겠다고 말한 나와 아는 척 하고 다른 사람한테 떠넘긴 그 분의 차이라고 본다. 꼴좋다.
하지만, 열받는다고 뚱해가지고 앉아있지 말아줬음 좋겠다. 아니면 다른 자리로 가던가. 벌레보다 더 싫은 사람이 옆에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곤욕인데 뚱 해가지고 앉아있으면 나까지 근로의욕이 달아난다. .. 안그래도 일이 많아서 짜증나는데 말야.
거기다 두터운 (그것도 형광주황색) 오리털(로 추정되는) 파카를 입고 내 가스난로를 단계 3으로 빠방하게 틀어대는건 또 뭐야. 나도 가스 아까워서 함부로 틀어본 적 없다고. 거기다 너무 가까이 대놓는 나머지 내 책상서랍은 눌러붙고 내 코트는 오늘 탓다. 다행히 티는 안나고 증거도 없어서 뒤집어 씌울수도 없고. 또 설사 증거가 있어도 "내가 언제 그랬어? 내가 언제 그랬어?" 라며 유치찬란하게 나올 것을 알기에 그냥 꼬리 내린다.
짜증난다. 아무래도 내가 옮기는게 더 빠를 것 같기도 하다.

4. 오늘 올 한해 열심히 일한 직원 투표가 있었다.
1등은 가장 말단이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했던 직원 두 사람이 동률로 뽑혔다. 그 외에도 득표수가 많은 사람들을 보니, 열심히 한 사람들은 다들 알아주는구나 할 정도로 정말 열심히 한 사람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더라.
나도 언젠가 저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날이 올까? 하지만 그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솔직히 조금 걱정이다.

5. 오늘 너무나 좋아하는 Mr. Ha가 결근했다.
물론 최근엔 말도 붙이기 겁날 정도로 신경이 곤두서있다라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책임감이 강하신 분이다. 최근엔 알면서도 그.분.과의 트러블 때문에 현장의 실수를 그냥 모른척 하신 것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것 때문에 지금 엄청난 파장이 몰려왔단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 분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원망하는 맘 같은거 조금도 생긴 적이 없다.
이곳저곳에서 한바탕 당하고 그만둘 결심으로 나왔던 그날. 나한테 그만두지 말라면서 해주신 말씀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 같은 거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슨 도움이 되냐? 그냥 포기하고 쓸만한 놈으로 골라오라고 했던 내 말에, "부모가 자식이 꼭 필요해서 키우나요? 자식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든든한 존재입니다. 자식이 있으니까 부모도 힘믈 낼 수 있는거에요. 얼마나 힘든지는 잘 알지만 나를 위해서라도 조금만 더 버텨주면 안되겠어요? 당신이 여기서 그만두면 난 1년 넘게 해온 일이 전부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는거에요." 라면서 이런 나도 꼭 필요하다고, 있어주면 든든할꺼라고 말려주셨다. 그 전날까지내가 한 실수가 아닌대도 덮어쓴 채로 일 똑바로 하란 식의 이야길 듣고 얼마나 절망했던가. 그런 나한테 이 한마디는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사라지게 할 정도로 강력하게 날 사로잡았다.
그 후로도 내가 어처구니 없는 질문만 골라해도 항상 친절히 대답해주고(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렇게까지 친절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내가 운이 좋았던 듯), 실수 연발에 DB 날렸던 날에도, "그럴수도 있지, 그러면서 다 배우는 거에요. 겁먹지 말되,대신 테스트 서버에서 한번 연습해보고 결과를 확인하면서 해봐요"라며 말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작업하다 실수한 걸 알면 그.분.이 또 난리칠테니 그냥 넘어가주셨는데 다른 일로 인해 발각되서 그.분.이 방방 뛰고 Mr. Ha를 마구 갈군 듯. 그 때 얼마나 미안했던지. 결국 지금은 DB도 금지당해버렸지만, 그래도 공부는 꼭 하라면서 내게 Test 서버를 열어주셨던 거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궁지에 몰린 그.분.께서 책임을 몽땅 Mr. Ha에게 씌우려는 듯. "당신 때문에 현장이 고생했다"는 요지의 말을 Mr. Ha에게 한 모양이다. 어이가 없다. 그래, Mr. Ha가 무능력했고 덕분에 현장이 고생했다면 그동안 당신은 뭘 했는가!! 라고 되묻고 싶다. Mr. Ha에게 일이 몰려서 매일 뺑이질 당할 때, 옆에서 "하차장님, 이건 어떻게 하는거죠?"라며 은근슬쩍 일을 몰아줬던 일을, 그려먼서 교묘하게 책임을 회피했던 것을 난 아직 기억하고 있다.
전산쟁이에게 자존심은 생명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자기보다 실력이 한참 아래에 프라이드만 있고 노력할 의지는 없는 인간에게 실력없단 이야길 들었으니. 나 같으면 그 인간의 뺨을 치거나 충격받아서 졸도한다. 나같은 초심자도 그.분.덕에 자존심에 상처받았는데 그 충격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 그 사람하고 한 바구니에 있기 싫다라는 나름 완곡한 표현을 쓰셨는데.. 솔직히 걱정이다. 맘 속으로 항상 존경했고, 난 저렇게 될테다! 라는 목표로 삼았던 분인데, 저렇게 작아지고 상처받는 모습이 많이 속송하고 안타깝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하필이면 그런 쓰레기한테 듣다니. 내내 Mr. Ha 계실동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에 남아있겠다. Mr. Ha에게서 많이 배우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분.덕에 전산실에선 쫓겨나고 일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채 존경하는 한 분을 잃게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
.....제길, 빌어먹을, 나가야할껀 당신이라고! 아무도 자기한테 업무관련해서 안 온다는건 스스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깨달아야 하는거 아냐?

여튼 이것으로 갈피 못잡는 최근의 근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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